매일신문

매일춘추-라스베이거스의 밤

라스베이거스(Las Vegas)의 밤은 화려하고 요염하다. 사막위에 건설된 이 도시는 낮엔 삭막하고 볼품없다. 그러나 밤만 되면 화려한 화장을 하고 나타나는 여인의 요염함 그 자체가된다.

이 도시가 도박과 환락의 도시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 한 알코올 중독자의 파멸을 그린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가 이런 이미지를 잘 떠올려 준다.수십가지 색상의 휘황찬란한 네온불에 자태를 드러내는 호텔들. '보물섬'(Treasure island)이란 호텔은 영국의 '보물섬' 소설에 나오는 해적들이 연못속에 있는 배를 폭파하는 광경을연출하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 백설공주등도 화려한 네온싸인으로 공중에서 빙빙 돌아간다.파르테논 신전도 실물 그대로 만들어져 있다.

움직이는 두개의 조각상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술잔을 권하고 있기도 하다.

주요 거리엔 천정을 만들어 전광판에서 쇼를 연출한다. 천지창조의 장면에서 시작하여 인간이 원자핵으로 파멸되는 광경으로 끝난다. 쇼도중 어린아이들은 거리바닥에 누워 천정의 쇼를 구경하지만 군중들은 질서정연해 어린애를 밟는 일이 없다. 뭐니뭐니 해도 이 도시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카지노 도박. 여기서는 승률 조작이 없고 도둑과 폭력도 없다고 한다. 이는 도시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 아닐까. 그 이면엔 시민들의 합의와 우수한 경찰력이 있음은 물론이다.

돈을 딴사람은 딴 채로 도시를 잘 떠날 수도 없다. 미희와 술, 호텔비와 식사비 무료제공 등으로 발을 떼지 못하도록 한다. 승용차를 잡고 금전을 빌려주는 전당포업도 상업중이다. 돈을 잃고 나가는 사람들도 어쩔수 없긴 마찬가지다. 라스베이거스를 최종적으로 벗어나는 지점에 '마지막 기회'(The Last Time)라는 카지노장이 있다. 몇푼 남아있는 돈을 철저히 털리고 가지 않을 수 없다. 관광수입을 위한 무서운 전략이다. 관광수입을 올리기 위하여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직 돈, 물질만이 우선인 이곳 냉혹한 미국식 자본주의의 현장에서 한국인도 뼈아프게 배울 것은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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