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기의 공통언어 자바가 온다

차세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로 불리는 자바(JAVA)가 우리 생활 가까이 급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만들어진지 3년도 안된 프로그래밍 언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기종의 수많은 컴퓨터와 운영체제의 통합을 꿈꾸는 자바가 전화기, TV는 물론 자동차, 신용카드 등 모든 디지털 기기의 공통언어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필두로 한 네트워크 환경이발전할수록 자바의 위력은 더욱 막강해질 전망이다.

자바는 인도네시아의 섬 이름이면서 그 섬에서 나는 커피의 이름이기도 하다. 자바의 탄생은 쉽게 말해 여러 기종의 TV를 한대의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없을까 하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가전제품에 들어있는 복잡한 CPU(중앙처리장치)의 다른 정보를 어떻게 하면 서로 교환할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것은 미국 선 마이크로시스템(Sun Microsystems)의 엔지니어들. 이들이 커피잔을 앞에두고 머리를 맞대며 4년여를 고심한 결과 지난95년 만들어진프로그래밍 언어가 바로 자바인 것이다.

자바의 이념은 '한번 작성하면 어디서나 운용된다(Write Once, Run Everywhere)'는 것이다. 기업에게는 제조공정의 복잡한 문제를 하나로 통합하고, 소비자에게는 여러가지 기기를통합해 단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셈이다.

자바가 가진 잠재력을 꽃피게 만든 것은 바로 인터넷이다. 서로 다른 운용체계와 네트워크를 가진 수많은 컴퓨터를 하나의 망으로 엮어가는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어디서나 설치, 실행될 수 있는 자바의 매력이 부각된 것이다.

종전까지 PC에서, 매킨토시에서, 서버에서 제각기 실행되던 소프트웨어들은 자바를 채택하자 하나로 통합됐다. 정(靜)적인 인터넷 웹페이지는 자바가 개입되자 동(動)적인 생명력을갖게 됐다. 자바를 채택하는 기업과 네티즌들은 인터넷의 보급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에서 위력을 선보인 자바는 이제 그 출발점이던 가전제품을 비롯한 수많은 전자기기로 영역을 확장중이다.

미국 제네럴 모터스(GM) 산하 전자부품 공급업체인 델파이 오토모티브 시스템스는 자동차제조업체들에 자바기반의 음성인식 전자우편이나 자동항법 등의 시스템을 공급할 계획이다.비자카드사가 자바를 활용한 카드 시범서비스에 들어간 것을 비롯, 각종 금융거래와 전자상거래의 기반기술로 자바가 제공되고 있다.

모토로라는 호출기, 휴대전화 등 자사 모든 통신제품에 자바기술을 채용할 방침이다. 일본소니를 비롯한 세계 주요 가전업체들은 자바를 기초로 디지털 오디오, 비디오, TV, 컴퓨터를 연결하는 홈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자바의 영역확장이 본격화되면서 이른바 컴퓨터 업계의 공룡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로 연결된 이른바 윈텔(Windows+Intel) 진영과의 승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을 필두로 한 IBM, 오라클, 넷스케이프 등의 업체들은 특히 현재 세계 컴퓨터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윈텔 진영과 컴퓨터, 인터넷, 디지털 기기 등 거의 전부문에서 맞서고있다.

윈텔 진영이 완성품인 PC와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근간으로 한다면 반(反) 윈텔진영은 네트워크의 발전을 축으로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은 비싼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구입에 돈을 쓸 수밖에 없었으나 앞으로는 가벼운 단말기만으로도 서버컴퓨터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와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받아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윈도가 PC시장을 석권한 것처럼 자바는 정보가전 시장의 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의 맥닐리회장은 "네트워크가 곧 컴퓨터(The network is the computer)"라는 말을 자주쓴다. 선이 추구하는 차세대 기술의 방향도 대용량 서버와 고속의 네트워크, 사용자에게는가벼운 단말기라는 세가지 요소로 규정된다.

세계 컴퓨터 업계의 최고 관심사인 윈텔과 반윈텔의 대결, 자바의 영토확장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상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金在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