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직일기-애써 장만한 굴착기가 '애물단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그나마 직장에 다니던 사람들에겐 실직이라는 단어라도 적용이 되겠지만 개인사업을 하는사람들은 실직에 앞서 IMF라는 단어가 저승사자보다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남편 역시 학교를 졸업한 뒤 중장비기사로 벌써 10년 넘게 살아왔다. 얼마전 겨우 조그만굴삭기 하나를 장만해 열심히 일해보겠노라고 다짐했는데 IMF가 터진 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당해보지 않은사람은 짐작조차 할 수 없으리라. 하루하루 내일을 생각하며 조금은 나아질거야하고 하염없는 기대에 부풀어보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그 희망은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누구에게나 다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건설현장에서 굉음을 음악삼아 벗삼아 살아가는 중장비기사에게는 더욱 절박한 위기상황이다. 길거리에 세워진 채 하루하루 녹슬어가는 굴삭기를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남편은 자신의 수족을 떼어내는 아픔을 겪고 있을 것이다.겨우 며칠씩 일거리가 생겨도 걱정은 여전하다. 모든 대금결제가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이뤄지다보니 실컷 일해주고도 돈 한푼 못받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기름값도 사업자부담이 아니라 중장비기사 몫이 되다보니 어떤 때에는 돈 주고 일한 셈이 되기도 한다.부쩍 말수가 적어진 남편에게 이렇다할 위로의 말 한마디 못건네는 내 자신이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왜 이토록 서민들이 살기 힘들어진 세상이 돼 버렸나 하는 생각에 부질없는 원망도 해 본다.

갖가지 정부 대책이 직장에 다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만 집중되다보니 남편처럼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실업급여가 먼나라 얘기로만 들린다. 경기부양을 한다며 말로만 떠들것이 아니라 진정 일하려는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하루 빨리 나올 수있기를 기대해 본다.

〈대구시 동구 각산동 주부 박은주〉

주부 박은주씨의 남편은 중장비기사 경력 14년차입니다. 일자리를 제공하실 분은 (053)962-9749로 연락주십시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대구시장 공천 과정에서 현역 중진 의원 컷오프와 공천 잡음이 이어지며 당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리얼미터...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를 시행했음에도 일부 주유소에서 가격 인상이 발생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유소 가격 변동을 ...
한 네티즌이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20개 쌓여 문을 열기 어려운 상황을 공유하며 택배 기사와 소비자 간 배려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 확보를 위해 중국의 협조를 압박하며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