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직장에 다니던 사람들에겐 실직이라는 단어라도 적용이 되겠지만 개인사업을 하는사람들은 실직에 앞서 IMF라는 단어가 저승사자보다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남편 역시 학교를 졸업한 뒤 중장비기사로 벌써 10년 넘게 살아왔다. 얼마전 겨우 조그만굴삭기 하나를 장만해 열심히 일해보겠노라고 다짐했는데 IMF가 터진 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당해보지 않은사람은 짐작조차 할 수 없으리라. 하루하루 내일을 생각하며 조금은 나아질거야하고 하염없는 기대에 부풀어보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그 희망은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누구에게나 다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건설현장에서 굉음을 음악삼아 벗삼아 살아가는 중장비기사에게는 더욱 절박한 위기상황이다. 길거리에 세워진 채 하루하루 녹슬어가는 굴삭기를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남편은 자신의 수족을 떼어내는 아픔을 겪고 있을 것이다.겨우 며칠씩 일거리가 생겨도 걱정은 여전하다. 모든 대금결제가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이뤄지다보니 실컷 일해주고도 돈 한푼 못받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기름값도 사업자부담이 아니라 중장비기사 몫이 되다보니 어떤 때에는 돈 주고 일한 셈이 되기도 한다.부쩍 말수가 적어진 남편에게 이렇다할 위로의 말 한마디 못건네는 내 자신이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왜 이토록 서민들이 살기 힘들어진 세상이 돼 버렸나 하는 생각에 부질없는 원망도 해 본다.
갖가지 정부 대책이 직장에 다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만 집중되다보니 남편처럼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실업급여가 먼나라 얘기로만 들린다. 경기부양을 한다며 말로만 떠들것이 아니라 진정 일하려는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하루 빨리 나올 수있기를 기대해 본다.
〈대구시 동구 각산동 주부 박은주〉
주부 박은주씨의 남편은 중장비기사 경력 14년차입니다. 일자리를 제공하실 분은 (053)962-9749로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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