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월의 할리우드 2차대전 신드롬

미 할리우드에 때아닌 2차대전 신드롬이 일고 있다.

지구와 혜성의 충돌 등 최첨단 특수효과를 총동원한 SF영화가 판을 치고 있는 마당에 50년도 지난 케케묵은 소재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

화제의 발단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흥행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모처럼 돈벌이에 상관없이 전쟁의 리얼리즘을 살려 내놓은 영화가 예상외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이 영화의 성공에힘입어 테렌스 멜리크 감독, 숀 펜·벤 채플린 주연의 '더 신 레드 라인(The Thin Red Line)' 등2차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스티븐 앰브로스의 'D데이, 1944년 6월6일'등 2차대전 관련 서적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2차대전 신드롬의 주역 '라이언…'은 1944년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배경으로 적진에 남겨진 사병 한명을 구하기 위해 8명의 미군 특공대가 벌이는 사투를 그린 영화. 전쟁장면이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참혹해서 감독조차 "일반 관객의 취향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흥행을 기대조차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뒤엎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전쟁영화'(뉴욕타임스) '전쟁의 공포와 잔인함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CNN) 등 언론의 찬사가 쏟아졌다.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개봉 4주연속 정상을 차지하고 두달이상 장기 상영되고 있는 등 수억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한국 등 아시아지역에서도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영화의 성공 비결은 종전의 전쟁영화에서 볼수 없던 몸서리쳐지는 전투장면을 생생히 보여주기 때문. 이 영화의 압권인 초반 20여분의전투장면은 다큐멘터리적 기법을 대거 동원, 2차대전을 '영광의 전투' '정의의 전투'가 아닌 구역질나는 '지옥' 그 자체로 그리고 있다.

총제작비 6천5백만달러. 실화에 바탕을 둔 각본(로버트 로다트)으로 아일랜드와 잉글랜드에서 촬영감독 자누스 카민스키가 40년대 종군 카메라맨의 기록필름과 같은 전투장면을 만들어냈다. 주연 톰 행크스(밀러대위), 매트 데이몬(라이언 일병) 등 배우들은 전쟁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10일간 신병훈련소에서 고통스런 군사훈련을 치러야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노리고 있는 스필버그 감독은 역사적인 진실성을 높이기 위해 'D데이'의저자 스티븐 앰브로스의 자문도 구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미국주의적 시각이 짙게 깔려있음을 부인할수 없다.

미군 8명에겐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라이언 일병 구출작전. 미군의 휴머니즘을 보여주기 위한 이명령에는 군인들의 신성한 희생으로 세계 최강국 미국이 존재할수 있다는 애국주의적 메시지가강하게 담겨있다. 영화 전후반을 장식하는 성조기와 2차대전이 '독재와 탄압을 없애기 위한 전쟁'이었다고 미화한 마지막 대사는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릴만 하지만, 우리에겐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한다. (대구극장 상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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