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노숙자 보호기관인 '근로자의 집'에서 상담 업무를 담당하고있는 현시우씨(30). 현씨는 지난달 1일 상사로부터 '노숙자가 되라'는 돌연한 지시를 받았다. 여느노숙자와 동일한 조건으로 전국 대도시를 돌며 한달간 노숙 생활을 하라는 것.
다음날 애써 허름한 옷차림으로 차려입은 현씨는 주머니속에 1백원짜리 동전 두개를 넣고 막막한심정으로 서울역에 내렸다. 하지만 노숙자가 되기란 생각보다 쉬웠다. 대합실에서 마주친 37세의경남 출신 전직 노동자가 '스승'을 자처하며 나선 것. 현씨는 지하철이나 세브란스 병원 부근의잠자리, 무료급식소와 간단한 세면이 가능한 빌딩의 위치, 무임승차를 하는 방법등 '없이도 사는법'을 손쉽게 터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숙에도 진한 삶의 향기가 묻어 있었다.
서울역에서 잠을 자다 역무원에게 내쫓겨야 했고 종로 부근 공원에서는 아이와 함께 무기력하게누워있는 가장들을 보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재수'가 없어 하루종일 굶었던 어느날엔 자신이 구걸한 김밥을 나눠줬던 이름모를 60대 노인을 만나기도 했다.
또 인천에서는 '신장을 팔지않겠느냐'며 접근하는 사내들을 만나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충동도느꼈다. 노숙 생활 10일 뒤 현씨는 자신도 노숙자가 되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점잃은 눈동자와 몸에 밴 악취. 무엇보다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다는 것이 답답함에서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기시작한 것.
현씨는 이달 25일 대구지역사회선교협의회가 주최하는 실직자 관련 세미나에서 그가 보고 듣고느낀 모든 것을 발표할 예정. 그는 "노숙생활에 젖어들다 보면 희망과 함께 자립심까지 상실하게된다"며 "노숙자들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웃의 삶이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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