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구벌축제 결산

축제는 나라와 지역의 문화 수준을 대변한다. 또 '문화가 상품'이라는 말에 걸맞게 관광객을 끌기위한 각종 축제가 앞다퉈 열리며 주최측은 다양하고 지방색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달구벌 축제는 '대구의 축제'가 아니다. 행사장내에 설치된 2백80개의 부스중 2백여개가음식점으로 채워지고 느닷없는 소싸움이 축제의 빅 이벤트로 등장, 지역색이란 찾아볼수 없는데다 먹고 마시고 인기 가수 몇명을 불러온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축제 수준에 맞추려는듯 곳곳에 등장한 동전바구니를 든 걸인과 노름판이 벌어지는가 하면 노점상이 틀어 놓은 유행가에 따라 취객들이 춤을 추는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칠성시장보다 못하다'는 시민들의 평가에 대해 '축제란 원래 이렇게 해야 한다'고 당당히 맞받아치는 시 공무원의 주장까지 한마디로 난장판이라는 말이 족히 어울리는 행사였다.한편 이번 행사에는 1백여명의 일본인 관광객과 재일교포가 축제를 보기위해 찾아왔다. 물론 이들의 눈엔 이러한 축제가 색다른 볼거리로 비춰질수도 있지만 얼굴 표정이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

한 재일 교포는 "행사기간동안 볼 것이 없어 소싸움장에만 주로 있었지만 이마저도 진행이 산뜻하지못해 지루하기만 했다"며 "아무곳에서나 오줌을 누고 술판을 벌여 같이 온 일본인들에게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올해로 18번째인 달구벌 축제를 위해 대구시는 4억원의 예산과 3백여명이 넘는 공무원을 투입했다. 경제 한파로 찌든 시민들을 위로한다며 마련된 잔치. 하지만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시민들의발걸음은 허탈감으로 이어졌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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