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깅리치의 용퇴

모두가 우러러 보는 공직에 앉아 권력과 명예가 가득한 때일지라도 소신과 어긋나면 뿌리치고 포의(布衣)로 돌아간다는 것은 말이 쉽지 분명 아무나 할수 있는 범상한 행동은 아닐것이다. 그래서우리는 얼마전 미국하원의장과 하원의원자리를 헌신짝버리듯 한꺼번에 팽개친 뉴트 깅리치씨를경이스런 눈길로 다시 보게되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 중흥의 1등공신인 그는 여전히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인데도 단지 5석을 잃은 선거결과를 두고 "내 시대는 끝났다"며 선뜻 11선의 관록을 던졌으니 미국 정치의 활력이 이런데 있는게 아닌가 싶다.

철새정치인 한심

별 볼일 없는 야당은 죽어도 하기 싫고 국회의원은 계속 하고 싶고 보니 집권당이 바뀌기 무섭게 당적을 바꾸는 철새들이 버젓이 활보하는 이 나라 사람들에게 깅리치의 '신념의 정치'는 차라리 충격이 아닐는지.

정치적 타협으로 구질구질하게 연명하기보다 강력한 지도자로서 명예롭게 물러나기를 원한 그의자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바가 적지않다할 것이다. 흔히들 3선.4선으로 당선 횟수가 높아질수록다선(多選)의원의 관록과 경륜을 높이 사는게 정치판 풍토다. 그러나 초지를 관철하지 못하고 정당한 이유없이 당적을 바꾸는 사람, 선거법위반 혐의나 정치자금 수수등의 혐의로 여당 눈치보며꼼짝 못하다가 여야 협상 끝에 간신히 정치 생명을 붙인 사람이 있다면 설령 그가 10선 의원이라한들 무슨 정치적 경륜이 있을것인가.

반대로 초선일지라도 성실히 의정 활동을 수행한다면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할것이다.국회는 여야의 다선(多選)중진 의원에 의해 이끌려 나간다.

그런데 이들 다선 의원일수록 돈과 정실에 얽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에 묶여 바른 정치를 할여지가 없다는데에 우리 정치의 심각성이 있는것이다.

정치 현안을 제대로 풀어나가기 보다 여야간 협상으로 우물쭈물 넘기려는 그들의 행태에서 무슨정치 발전이 있을것인지 이제는 짚고 넘어가야 될때가 됐다고 본다.

여야를 막론하고 중진의원들중 상당수가 어떤 연유이든간에 이미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못할 처지의 사람들이 눈에 띄거니와 이들은 심기일전, 대오각성하든지 아니면 물러나는것이 애국하는길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지조있는 지도자 아쉬워

조지훈은 '지조론'에서 '지조란것은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고귀한 투쟁이다.…지조가 없는 지도자는 믿을수가 없고 믿을수가 없는 지도자는 따를수가 없다'고 했다.이 말은 지조란 정치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 자질임을 갈파한 것이겠거니와 부평초처럼 흐물거리며 '변절'을 밥 먹듯 하는 일부 정치인들은 이미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했음을 깨달아야할 것같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국회 개회사에서 자신의 잘못된 과거사를 변명하는 그런 어설픈 정치판이 언제까지 계속될는지,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동분서주해도 시원찮을 중진의원이 검찰소환이나 받고 대가성이 있느니 없느니 변명이나 하는 모습을 보며 다선(多選)은정치적 경륜이 아니라 잘못하면 오히려 욕이 될수도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이들이 모신 대통령이 줄줄이 감옥에 가거나 실정(失政)으로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는데도 "내가없으면 정치가 안된다"고 버티고 있으니 물러날 때를 참 모르는구나 싶은 것이다. 우리 정치는지금 위기에 있다. 이 어려운 때에 야당은 갈등을 거듭하고 있고 여당 또한 과거 공작정치때와유사한 야당 길 들이기에 영일이 없다.

구태 빨리 벗어야

경제파탄을 초래한 YS를 청문회에 출석조차 못시키게 결사 저지하는 그런 유의 의원들이 여전히국회를 이끌고 있는 것이 우리 국회다.

이래서는 경제도 안되고 정치는 더욱 안된다. 사회 모든 분야가 바쁘게 돌아가는 판에 아직도 정치만은 구태의연하게 당리당략에 매달린채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하니 이러다가는 나라가 결딴날까걱정이다.

책임있는 여야 지도자는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후진을 위해 물러나라. 그래야 나라가 살고 당신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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