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1998년은 지옥과 천국을 오간 한 해였다.
성추문이라는 점잖지 못한 죄목으로 절체절명의 탄핵위기에 몰렸다가 간신히 벗어났을 뿐 아니라최대 정적이었던 공화당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의 정치무대 퇴장을 가슴을 쓸어내리며 지켜봤다.불명예스럽게 중도하차하거나 '레임덕'으로 무기력하게 임기 말년을 보내야 했을 클린턴 대통령이 오히려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는 전기를 잡은 셈이다.
클린턴 대통령과 전(前)백악관 시용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의 성추문은 올 1년 내내 클린턴 대통령을 찰거머리처럼 따라다니며 괴롭힌 '요물'이었다.
어떻게 보면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 95년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스앤젤레스 암전문의의 딸로 대학을 갓 졸업한 르윈스키가 미국대통령 관저인 백악관에 시용직원으로 채용됐다. 당시 21세의 르윈스키는 일찍부터염문을 파다하게 뿌린 클린턴 대통령에게 접근,성추문의 서막을 열었 다.
르윈스키는 이듬해 국방부로 옮긴 후에도 96년말까지 무려 30여 차례나 백악관을 드나들며 대통령과 밀회를 즐겼고 시집이나 브로치 등의 선물을 받기도 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클린턴 대통령과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던 전 아칸소 주정부직원 폴라 존스 변호인단의 안테나에 포착됐다. 지난 91년9월 당시 아칸소 주지사였던 클린턴 대통령이 자신을 성희롱했다며 94년 5월 70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존스측은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르윈스키를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르윈스키가 클린턴 대통령과의 관계를 부인, 상황은 그것으로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르윈스키의 친구로 백악관에서 함께 근무하다 국방부로 쫓겨나 불만을 품고 있던 린다 트립이 르윈스키와 20여시간에 걸친 통화 내용을 녹음, 금년 1월12일 클린턴 대통령의 비행을 캐고있던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에게 넘겨줬다.
클린턴 대통령은 1월17일 성희롱 사건 증언에서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부인했다. 스타 검사는드디어 대통령을 위증 등의 혐의로 걸 수 있게 됐다고 판단했고 1월22일에는 워싱턴 포스트 등주요 언론에 이러한 내용이 대서특필되면서 성추문이 모든 현안을 제치고 미국 정계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고 대통령 탄핵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11월3일의 중간선거는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로 간주됐고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은 선거 결과가 판가름하게 됐다.
중간선거 투표함을 개봉하자 민주당은 상원과 주지사의 종전 의석을 유지했고 하원에서 오히려 5석을 늘리는 승리를 거두었다.
공화당이 여론을 무시하고 성추문을 지나치게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한 데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주요 원인의 하나로 풀이됐다.
공화당은 선거 참패의 후유증으로 지난 4년간 의회를 이끌어온 깅리치 하원의장이 물러나고 지도부를 대폭 개편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깅리치에 이어 내년 1월 차기 의장으로 내정된 봅 리빙스턴 의원도 추가 증거가 없다면 탄핵문제의 연내 마무리를 공언하고 있어 클린턴 대통령 탄핵문제는 98년의 마감과 함께 사실상 물건너간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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