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뚱거리는 걸음, 헐렁한 바지에 꽉 조인 상의, 콧수염과 지팡이.
우리가 기억하는 희극인 찰리 채플린의 모습이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그의 눈빛에는 삐에로가그렇듯 온갖 슬픔이 가득차 있다. 깡총 깡총 뛰며 즐거워하다 한 순간 고개를 떨구면 가슴을 저미는 슬픔과 외로움, 연민이 눈빛에 스친다. 이것이 바로 채플린식 코미디며 그를 20세기 최고의희극인으로 칭송하게 하는 매력이다.
'천부적인 코미디의 화신' 찰리 채플린은 영국 출신의 희극배우로 1910년 순회중이던 뮤직홀 예술단과 미국에 왔다.
그의 첫번째 영화 '생계유지'(1914년)는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던 것은 희극인 키스톤 콥스의 슬랩스틱(왁자지껄) 코미디. 난투극을 연상시키는 키스톤의 코미디에 가려 그의 독특한 매력과 정서가 깃든 코미디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차츰 사람들은 가엾은 슬픈 방랑자에게 애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헐렁한 바지를 끌어올리고 슬픈 웃음을 짓고는 유유자적 길을 떠나는 '찰리'에게서 피곤에 지친 소시민들은 삶의 위안을느꼈다.
당시 미국은 어네스트 헤밍웨이등 '잃어버린 세대'를 대변하는 작가들이 그린 것처럼 질서의 붕괴, 윤리의 타락, 빈부격차등이 불거져 나온 혼란의 시기였다. 채플린은 바로 이전 주제를 '방랑자'(1915년) '어깨총'(18년) '키드'(21년) '황금광시대'(25년) '시티라이트'(31년)등 영화에 농축시켜보여주었다.
채플린의 영화에는 번뜩이는 재치와 풍자가 가득하다. 거드름 피우는 상류층 여인의 얼굴에 파이를 던진다거나 힘있는 자를 골탕먹이는 것은 공권력의 위엄에 시달린 시민들의 억눌린 심정을 후련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늘 신사적이고 낙천적인 모습은 관객의 마음을사로잡았다.
1936년, 드디어 '20세기 최고의 풍자극'이자 찰리 채플린의 재능과 풍자가 응축된 영화 '모던 타임즈'가 태어난다.
이 영화의 풍자대상은 산업화와 자본주의였다. 특히 기계부품공장에서 나사만 기계적으로 조이던'찰리'가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장면은 압권이다. 또 '찰리'가 거대한 톱니바퀴에 끼여 돌아가는모습은 인간이 기계의 부품으로 전락한 현실을 날카롭게 묘사한 명장면이다.
부랑아 소녀의 손을 잡고 새벽길을 예의 뒤뚱거리는 모습으로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어두운 현실에서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와는 달리 그의 인생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점원, 병원의 보조원, 인쇄공등으로 청년기를 보냈으며 네번의 결혼과 세번의 이혼, 끊임없는 스캔들, 소득세 탈루 문제에다 '독재자'(40년)가 표절죄로 고발됐는가 하면 공산주의자로 몰리기도 했다.
결국 환멸을 느낀 채플린은 미국을 떠나 스위스에 정착했다. 이후 '라임 라이트'(52년), '뉴욕의왕'(57년) '홍콩의 백작부인'(66년)등을 제작했으나 별다른 비평계의 반응을 받지 못했다.그러나 초기 미국영화산업의 신화를 창조한 대가로 1971년 영화아카데미는 그에게 아카데미특별상을 수여했고, 75년에는 영국 여왕이 기사작위를 하사했다.
영국이 낳고 미국이 탄생시킨 '위대한 영화예술가' 찰리 채플린은 1977년 88세의 나이로 스위스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의 슬픈 웃음과 순수한 모습은 지금도 이시대 영원한 광대로 남아 있다. 〈金重基기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