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슬산 죽이기 끝이 안보인다

각 지자체의 어지러운 임도(林道) 개설이 비슬산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지적(본지 3월2일 1면 보도)과 이에 따른 경북도의 감사속에서 비슬산 절경을 해치는 산림훼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매일신문 취재진이 최근 영남자연생태보존회(회장 유승원) 관계자들과 달성군 옥포, 유가, 가창 등 3개면과 청도군 각북면에 걸쳐 있는 비슬산의 산림훼손 실태를 조사한 결과 벌목과 임도 개설, 전원주택 조성 등으로 비슬산 곳곳이 지금까지 알려진 이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슬산은 달성군과 청도군에 7대3으로 분포하면서 달성군 지역은 군립공원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나 청도군 일대(비슬산 전체의 30% 차지)는 별다른 보호조치가 없어 청도군 각북면 일대의 산림훼손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나무 군락지 훼손=청도군 각북면 남산3리 뒷산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참나무(상수리) 군락지이지만 최근 무분별하게 잘려나갔다. 인근의 한 버섯재배농이 지난해 12월 이곳(해발 400m)에 자생하던 300여그루의 참나무를 베어갔다. 잘려나간 참나무는 밑둥치 직경이 30~60cm에 높이가 20~25m에 달해 수령이 40년 이상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해 일대는 폭격을 당한 것처럼 '뻥' 뚫려 흉하게 변했다. 또한 베어낸 참나무를 운반하기 위해 산을 파헤치고 축대를 쌓아 만든 진입로가 대략 폭 3m에 200m는 넘어 보였다.

버섯재배농은 청도군으로부터 벌목허가를 내면서 군락지 1천800여평내 참나무 160그루를 승인받았으나 실제 잘려나간 나무는 두배 가까이에 이르렀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조영호 박사(식물생태)는"해발 400m 이하의 저지대에 자생, 땔감으로 사용됐던 참나무가 마을 인근에서 수십년간 베어지지 않은 채 군락을 이룬 사실이 신기하다"며 "천연보호림이나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해야 할 군락지가 벌목 허가로 무참하게 파괴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임도 난개설=각북면 남산3리 애골 일대는 임도 개설로 산림훼손이 심한 곳 중의 하나. ㅂ자연농원 부근의 임도는 두 갈래 4km 길이로 6부 능선까지 나 있다. 한쪽 임도는 최근에 닦은 듯 공사한 흔적이 남아 있다.

ㅁ음식점 뒤쪽에는 송이 채취를 위한 임도가 계곡을 3분의 1 이상 잠식한 채 산 정상까지 4km 이상 이어져 있고, 돌을 쌓아 입구를 폐쇄한 임도도 남아 있다.

▲난개발=각북면 오산2리 용천사 옆의 대동골은 각종 부지 조성과 개발을 위해 비슬산쪽으로 더 높이 올라가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전원카페와 음식점, 러브호텔이 해발 300~400m대에 들어선 이곳에는 해발 700m쯤에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설 예정으로 산을 깎아 진입로를 내놓았다. 또 해발 500m 부근에는 한 개발업자가 1천여평의 논을 형질변경해 컨테이너박스를 갖다 놓고 부지를 조성하고 있다. 또 한쪽에서는 덤프트럭이 계곡을 매립하기 위해 한창 흙을 실어나르고 있다. 지난해 무단 임야 훼손으로 당국에 의해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달성군 가창면 정대2리 초곡마을 계곡은 여전히 재개발을 염두에 둔 듯 장비와 집기 등을 그대로 현장에 둔 상태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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