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울컥, 하고 올라 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황지우 '거룩한 식사'

모두가 둘러앉아 함께 먹는다고 해서 밥이라고 한다. 밥상 공동체란 말이 유행한 적도 있다. 이는 모두 나누는 것의 의미를 말하는 것들이다. 좀더 크게 말한다면 분배의 정의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자유주의 시대, 밥그릇이 점차 한쪽으로 몰리고 있다. 20:80에서 어느덧 10:90의 세상을 논하게 되었다.인간에게 생존은 어린 동생과 숟갈 싸움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갑자기 목메'인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것은, 가장 아름다운 것은 한 덩이 찬밥을 위해 체면 차리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맹자도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고 했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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