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부터 PC통신에 연재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이야기 '엽기적인 그녀'가 영화로 이번 주말 개봉된다.
남자같은 여자와 여자같은 남자. 이 영화는 이처럼 변주된 멜로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이 핵심인 영화다.
술만 마셨다하면 실신하는 그녀(전지현)는 기껏 여관에 업고 가 고이 재우면 다음날 보자마자 뺨부터 후려치지만 견우는 변명 한번 제대로 못한다. 다짜고짜 반말로 나오는 그녀에게 존대어로 나이를 확인하는 조심스런 말투는 견우(차태현)가 7살때까지 자신이 여자인 줄 알았다는 초반부의 독백을 상기시킨다.
영화 중반부 한 장면은 압권. 그녀가 하이힐을 신어 발이 아프다며 견우의 운동화를 빌려 신는다. 그녀에게 운동화를 주고 대신 그녀의 하이힐을 신고 뒤뚱거리며 걷는 견우에게 그녀가 소리친다. "나 잡아봐라".
첫사랑을 잃은 아픔을 내비치던 그녀를 보며 이별은 예감되고, 서로는 언덕위 나무 아래에 각자의 편지가 담긴 타임캡슐을 묻고 2년 뒤 만자고 약속하며 헤어진다. 그토록 씩씩하던 그녀는 견우를 저 멀리 보내 놓고 외친다. "견우야. 들려?". "견우야, 미안해".
영화의 완성도는 또 다른 논란거리이지만 어쨌든 가슴은 바보처럼 찡해 온다.
배홍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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