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즈(楊梓·52)는 저쟝성 인민라디오방송국(浙江人民廣播電台)에서 전화 상담과 프로그램 기획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자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을 하는 한편 꾸정(古箏:가야금과 유사한 중국 전통악기) 연주가인 아들(26·저쟝대 예술과 3년, 저쟝성 장애인예술단원)의 보호자다.
두루뭉술한 몸매에 평범한 외모지만 목소리는 무척 나긋나긋하고 감미롭다.
"목소리에 반해 방송국에 찾아온 청년이 퉁퉁한 아줌마의 모습에 실망하며 돌아간다"며 웃는 그녀.
그녀의 지난 인생과 현재의 삶은 온통 아들에게 맞추어져 있다.
고아였던 그녀는 이혼과 아들의 실명, 가난 등 시련 속에서 한때는 자살까지도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양즈는 이기적이고 가족을 돌보지 않은 전남편과 아들이 5살 때 이혼, 혼자 아들을 키우며 살아왔다.
그러던중 아들이 7살 때 선천성 백내장으로 실명했다.
"청천벽력같은 선고를 들었지만 어디에서도 도움을 얻을 순 없었어요". 바다나 한번 보고 죽자는 생각에 열차표를 사려 하니 돈이 모자랐다.
그러자 엄마가 괴로워하는 것을 알아챈 아들이 "눈 멀기 전엔 음악이 이렇게 아름답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인 줄 몰랐어요. 장애자들도 배우면 얼마든지 자립할 수 있대요 "라며 위로했다.
아들이 장애를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낙관적인데 감동한 그녀는 다시 기운을 차렸다.
1985년 당시에는 맹인학교가 없어 점자교육 자료를 구해 직접 아들을 가르쳤다.
문화대혁명으로 중1때 농촌으로 하방돼 중학교 1학년 한학기의 학력이 전부인 그녀는 아들을 위해 뒤늦게 공부를 시작, 직장 다니며 야간중등 과정을 졸업하고 40세때는 2년제 야간대학 법률학과를 졸업했다.
집에서 라디오를 벗삼던 아들은 89년 맹인학교 개교로 12세에 취학했다.
학교 음악대원으로 일본 맹인학교와의 교류 연주로 일본에 가면서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고,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15세 되던 91년 3월 수술을 받아 한쪽 눈만 시력이 회복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쪽 눈이라도 볼 수 있게 돼 맹인학교에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된 아들을 직접 가르치기 위해 그녀는 23년간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
"자식이 바르게 잘 자라게 교육시키고 보살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지요" .
아들이 꾸정을 배우고 싶어하자 그녀는 무작정 선생을 찾아가 매달렸다.
선생은 아들의 재능을 보고 마침내 허락했고 그녀는 너무 기뻐 매달 월급의 절반을 교습비로 냈다.
악기 살 돈이 없어 못에 고무줄을 걸어놓고 손가락에 피멍이 맺히도록 연습한 결과 17세때부터는 전문 연주자로서 활동하게 됐다.
이제 50대가 된 그녀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음악학원을 열어 아들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자신은 경영을 맡아볼 꿈도 갖고 있다.
"재혼은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이런 조건을 좋아할 사람도 없을 것 같고…. 나중에 저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 생각해 볼겁니다". 양즈는 어쩐지 옛날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허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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