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가온 고속철 시대-(4)지역개통 1년 앞으로

서울대 환경대학원 최상철 교수는 "수도권·부산권과의 경쟁에서 약자 입장에 서 있는 대구권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그들과는 다른 새 개발 논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다 능동적인 대처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 분야별로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자.

◇경북대 최용호(59) 교수(경제부문)=고속철이 개통되면 잘 준비된 지역은 발전의 계기를 만날 수 있지만 허술한 지역은 더 위축될 것이 틀림없다.

현재 상황을 종합해 득실을 따진다면 수도권이 가장 큰 이익을 보고 다음 순서는 대전·충청권, 부산권, 대구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국 4위로 밀려난 대구가 6, 7위 도시로 전락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도는 것도 이때문이다.

고속철 시대를 맞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대구·경북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사람을 끌어 들일 인프라를 잘 구축해야 한다.

고속철 역사를 중심으로 역세권을 제대로 개발하고 업무단지를 조성하는 한편, 미래지향적인 연구산업도시, 활기찬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기업 입지기반을 정비하고 역내 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대구·경산·포항·구미·안동을 잇는 테크노벨트를 형성해 한국 첨단산업 발전의 중심축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정주권과 교육 안정화를 위한 환경 개선도 시급하다.

전국 인재들이 모여 들게 미래지향적인 교육특구 형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추관리 기능 강화를 위한 정보서비스업·광고업·디자인업·출판인쇄업·컨설팅업·회계·법무 등 고차원 서비스산업의 육성도 긴요하다.

유통망의 근대화·정보화·네트워크화를 강화해야 하며 친환경적 관광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고속철 시대에 대한 대비가 소홀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는 지금부터라도 대구·경북 산학관이 대책위를 구성해 공동 대처해야 한다.

고속철은 중앙집중의 통로도 되지만 분권 분산의 엔진이 될 수도 있다.

개통 후 몇년 지나면 승자지역과 패자지역이 드러날 것이다.

대구·경북인은 새로운 세기, 새로운 시대를 맞아 폐쇄·배타의 낡은 껍질을 벗고 지역 창조에 매진해야 한다.

◇경북대 김규원(46) 교수(사회·복지 부문)=수도권이 블랙홀처럼 사회의 모든 기능을 빨아 들이고 있어 서울과 지역간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고속철 개통이 걱정스럽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자녀 교육을 위해 주거지를 서울로 옮긴 뒤 지방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늘어 지방은 더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현재로서는 대구·경북으로 사람을 끌어 들일 유인력이 없다.

역내 대학을 구심점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한편 지식기반 사회에 맞는 산업구조 개편 등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인구 250만에 인구 대비 대졸자 구성비가 미국에서도 가장 높아 대구와 여건이 비슷한 시애틀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시애틀은 고급인력과 전자산업의 성공적인 접목으로 다른 산업에까지 파급효과를 불러 발전했다.

구미의 전자와 역내 대학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 유인력을 키워 수도권 종속을 막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분권과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복지 정책이 상명하달식으로 시행되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게 되고 중앙집중화가 심화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정권 초기 복지정책 의사결정 기구의 분권화를 이뤄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은 지역민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맡고, 시민단체 등은 지역 특색에 맞는 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하의상달식의 복지체제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

◇영남대 정지창(55) 교수(문화 부문)=고속철 개통은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전시회를 보다 쉽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반면 대구지역 문화 행사는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게 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지방문화의 서울 종속이 심화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역 문화행사의 주류는 서울에서 하는 것 또는 비슷한 것을 가져와 재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속철 개통으로 두 도시간 접근성이 높아지면 지역간 문화 비교가 쉬워져 섣부른 흉내내기가 오히려 반감을 살 것이다.

서울·대구간 문화 역량에 분명한 차이가 있는만큼 서울을 따라 가기보다 대구의 지방색을 살릴 수 있는 문화콘텐츠 개발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영남의 독특한 문화콘텐츠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퇴계·원효·수운선생 등의 사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경주 문화엑스포는 행사 중심으로 전개되다 보니 사상적 기반이 약해 특색이 없다.

백화점식 문화행사보다는 지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행사를 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에 뿌리 둔 사상적 맥락을 짚어 나가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영남이 민족사상의 뿌리라는 자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연구개발 이뤄지고 젊은이들의 시각에 맞게 문화행사로 승화시키는 작업만이 문화 집중화를 해소할 수 있는 타개책이 될 수 있다.

문화재 관람료 등에 붙는 각종 세금을 지방세로 전환해 지역 문화 기반 형성의 토대도 만들어야 한다.

재정 자립이 선행돼야 문화 발전도 가능하다.

◇영남대 윤대식(48) 교수(교통·지역개발 부문)=고속철은 국토나 도시 구조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본 신간선, 프랑스 TGV 개통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신간선 개통 후 도쿄로의 집중 현상이 더 심화됐다.

신간선·TGV 모두 관광수요를 증가시켰고 숙박보다는 당일 관광수요의 증가를 초래했다.

신간선 주요 경유지 부근은 문화·산업·관광 기능이 복합적으로 도입된 '복합용도 개발'이 활기를 띠고 그런 개발 형태가 사람을 끌어 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고속철이 대구·경북에 기회가 아니라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말한다.

고속철을 타면 대구∼경주가 불과 20분 거리로 가까워지는 점을 감안해 경주의 문화유산과 대구의 현대문화를 접목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고속철 역사가 입지할 동대구 역세권 개발은 대구의 잠재력·가능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

관광·레크리에이션 인구 지원 기능을 도입하는 등 역세권 개발은 다양한 기능이 체계적으로 집적된 복합용도 형태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고속철과의 연계 교통체계 구축도 대구·경북의 통합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정리=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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