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통대 주부 스터디 그룹

"남편의 그늘에서 안주할 수도 있었겠지요. 그동안 아이 키우랴, 살림하랴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러나 공부는 제 삶에 또다른 활력소가 되었지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 이끌어 줘 많은 도움을 받았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주부'라는 이름으로 살게 된 다음부터는 사실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진다고들 주부들은 입을 모은다.

때로는 배움에 목말라 하지만 공허한 상념으로 끝나기도 한다.

그러나 안일한 일상에 종지부를 찍고 생활에 윤기를 되찾는 주부들이 있다.

이들은 공부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방송통신대 유아교육과 대구시 북구지역 스터디그룹이 바로 그들이다.

"일주일에 한번 모이는 스터디 그룹에 나가면 주경야독으로 쌓인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예요". 그룹의 고참 언니격인 권경화(40·대구시 북구 구암동)씨는 대학원 진학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열성파. 언젠가는 예쁜 유치원을 꾸며 새 인생을 설계하고 싶다는 권씨는 전직 은행원 출신. 은행 파트타이머로 근무하면서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올해로 4년째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는 권씨는 남편과 특히 시부모의 외조가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자랑을 잊지 않는다.

권씨의 20여년 친구이자 학교와 직장을 줄곧 같이 다녔다는 배명희(40·대구시 달서구 본리동)씨는 "다른 지역과 달리 끈끈한 정으로 뭉쳐진 우리 모임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면서 "남편 자랑이나 험담도 해가면서 아줌마의 수다를 떨다보면 스트레스도 말끔히 날아간다"고 말했다.

칠곡에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박순자(41·대구시 북구 구암동)씨와 김영미(35·대구시 북구 구암동)씨는 "모르는 사람끼리 공부를 위해 서로 만났지만 이젠 가족 같은 이웃이 되었다"며 "남편 출근후 차한잔하며 가져보는 '아줌마의 시간'을 포기하면서 곧장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기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방통대에서 같은 유아교육과를 지원한 인연으로 만난 주부들이 하나 둘 모이다 보니 처음 출발할때는 7명. 그러나 이 모임은 서로 끌어주고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대학 졸업을 눈앞에 둔 4학년이 되었다.

지금은 남편과 아이들도 서로를 너무 잘아는 한가족이 되어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여름 휴가와 망년회등 일년에 몇번씩 온 식구가 모일때면 30여명으로 불어나 주변의 격려와 부러움을 한껏 받고 있다고.

예전에 다니던 직장과는 달리 새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다는 최경화(37·대구시 동구 신서동)씨는 "시험기간때 여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밤샘 공부를 해야할때면 왜 시작했던가 하는 후회도 수없이 했다"며 "우여곡절을 딛고 일어선 지금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큰 소득인 것 같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4년간의 결실로 유치원 정교사 2급 자격증을 따게 된다고 말하는 최씨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피부에 와닿기는 처음"이라며 "유아교육 대학원에 진학하여 좀더 심도있게 공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북 왜관에서 칠곡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서은경(33)씨는 "남편의 후원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지요. 다른 주부들도 꿈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통대 대구·경북 지역대학 관계자는 "출석수업에다 방송과 인터넷 강의 등 첨단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어 방통대에 들어가기는 쉬어도 졸업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누그러지는 추세"라며 "그러나 사실상 혼자 공부하다보면 자칫 중도탈락이라는 벽에 막히기도 하는 사정 등을 감안해 학교에서는 그룹 스터디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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