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등 브랜드'이렇게 키운다-(주)세한

새한이 지난 반세기 동안 걸어온 길은 도전과 극복 그리고 승리의 역사다.

40년전 제일합섬을 모태로 출발했지만 든든한 울타리인 삼성그룹에서 떨어져나와 혹독한 시련을 겪고 함부로 따라올 수 없는 세계적인 기술수준을 갖춘 독보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IMF 한파로 퇴출 일보직전인 워크아웃의 위기까지 갔지만 그야말로 전사원이 '프로 섬유인'이 되겠다는 각오로 끊임없는 기술을 개발하고 시설을 투자하여 세계가 인정하는 초일류기업으로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한발 앞선 기술과 새로운 가치창조로 인류가 꿈꾸는 풍요로운 미래를 펼쳐가는 (주)새한 구미공장의 원사와 원면 생산라인에서는 도무지 사람을 찾아 볼 수 없다.

처음부터 끝 공정까지 모두 자동으로 착착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초현대식 첨단 장치산업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새한의 월 전기요금 무려 33억원.

(주)새한은 지난해 3/4분기 화섬사(상장업체)의 누계영업실적으로 볼때 이익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동종업계에선 함부로 따라올 수 없는 존재다.

지난 1972년 제일합섬(주)로 설립한 이래 1995년 삼성그룹에서 분리, 1997년 (주)새한으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새한그룹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IMF 경영난으로 2000년 5월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기업개선계획(MOU)을 체결했지만 지난해 11월 채권단의 채무재조정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채권단 73.2%, 도레이(일본) 1.7%, 기타 25.1%로 주주구성이 돼 있는 새한은 새한미디어(상장사), 새한마텍, 새한정보시스템 등 관계사와 종업원 1천360명을 둔 중견기업이다.

새한은 서울 본사를 비롯 원면·원사·폴리에스터칩 등을 생산하는 구미공장과 직물·필터를 생산하는 경산공장이 중심이 되고, 청주공장(플라스틱유리)과 안성공장(플라스틱병)이 매출증대행진에 가세하고 있다.

지금은 국내 동종업계 매출순위 7, 8위이지만 구미의 화섬, 경산의 직물이란 쌍두마차를 내세운 새한의 매출 상승곡선은 꾸준히 이어갈 것만은 분명하다.

구미공장은 생산제품의 95%를 미국·유럽·동남아 등으로 수출하면서 연간 3천700억원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중 순이익규모는 350억원. 올해는 400억원 이상의 순이익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미공장 매출이 새한 전 사(社)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로 새한가족의 희망이기도 하다.

새한이 동종업계 중 선두업체로 부상한 데는 고부가가치제품 생산에 의한 '차별화'가 원동력이 됐다.

"가죽같은 데 가죽이 아니네". 한창 유행중인 무스탕형의 외투 소재가 바로 여기서 생산된다.

외형과 촉감이 가죽과 비슷한 극미세섬유인 '해도사'(海島絲)로 만든 제품으로 새한의 주력생산품이다.

즉 바닷속의 섬, 큰 실을 녹여내면 가는 실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제품으로 새한의 주력품이다.

해도사는 머리카락만한 원사를 1천분의 1 수준으로 가늘게 뽑은 것으로 원사 5g으로 서울~부산간 왕복할 수 있는 초극세 섬유이다.

파운드당 1.9달러로 레귤러(일반)제품 0.5달러에 비해 훨씬 높은 수출단가를 형성,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취급되고 있다.

'스웨이드'라 불리는 천연가죽을 대체하는 해도사는 천연가죽이 지니지 못하는 디자인과 봉제 편리성, 세탁·취급 용이성, 다양한 색상, 싼가격 등을 강점으로 대체시장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자체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새한은 양산중인 해도사의 브랜드를 'SESIL(쎄실)'로 확정하고 지난 연말 생산라인을 늘리는 등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충전(充塡)용 고(高)탄성 폴리에스터 중공(中空)섬유(High Bulky Polyester Fiber)'도 새한의 얼굴마담 제품으로 지난해 산자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됐다.

오리털·양모·거위털 등 천연소재를 대체하면서 수출시장에서 연 10%의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되는 유망제품이다.

이 제품은 섬유내부의 구멍비율(中空率)을 35%까지 높여 단위 무게당 부피를 극대화했으며, 같은 중량을 투입할 경우 타사 제품에 비해 더 큰 부피로 팽창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밖에 난연사(難燃絲)인 '에스프론(ESFRON)'도 차별화 제품이다.

지난해 생산설비를 연 2천400t에서 2배나 늘린 4천800t 규모로 확대하고,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들어간 결과 지난해 100억원에서 올해는 2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세계 최고수준의 고품질 난연사는 의류용뿐 아니라 이불(솜)·담요 등 침구류, 커튼·소파·블라인드·카펫·벽지 등 인테리어용, 자동차·항공기·열차의 내장재 등에 사용되면서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난연사는 화재의 확산을 방지하는 자기 소화성이 우수하고, 염색·가공·세탁 후에도 기능이 떨어지지 않는 영구적인 난연성이 최대 장점이다.

이같은 세계일류상품군에 드는 제품들은 친환경 기술과 경영에서 나온다.

새한 구미공장은 환경부로부터 환경친화기업으로 지정받았고, 2001년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인체 및 환경친화적인 섬유·직물제품에 부여하는 'Oeko-tex standard 100' 인증을 획득했다.

국내 화섬업계의 영원한 숙제인 소품종 대량생산을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일찍 전환한 새한은 올해부터 고부가제품의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의 본격 진입을 위한 설비를 하나하나 갖춰나간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같은 신기술·신제품 개발 행진에는 선진 경영관리 시스템과 사원들의 후생복지시설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전신(제일합섬)인 삼성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정규사원은 연구기술개발에 투입하는 한편 단순·기능직을 줄이는 등 머릿수만 늘리는 인사운영체계에서 탈피한 지 오래다.

노사갈등의 극복도 회사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워크아웃도 사원 모두가 '내가 해낸다'는 각오와 자부심으로 이겨냈다.

매주 한 차례씩 머리를 맞대고 앉아 업무계획을 수립하고 공장의 주요전략 점검과 부서별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기숙사와 사원아파트, 식당, 복지화관 등 부대복지시설도 구미국가산업단지내 규모가 큰 여느 기업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풍요롭다.

이처럼 새한의 경쟁력은 고단위 기술로 무장한 인재들을 바탕으로 신기술과 관리, 설비가 3박자를 이루는 데서 축적되고 있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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