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사태 이후 숙졌던 '영재교육' 바람이 다시 대구를 휩쓸고 있다.
'영재'라는 문구를 이름에 넣은 학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기존 일부 학원들까지 이름을 '영재학원'으로 바꾸는가 하면 자녀들을 이런 학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도 급증하고 있다.
학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며칠 사이에만도 '영재학원' 10여개가 새로 문을 여는 등 대구 시내에는 현재 100여개 학원들이 영재학원 간판을 내걸고 있다.
이 학원들 중에는 간판에만 '영재'임을 표시한 경우도 있고 5명 전후의 학생으로 반을 편성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 일부에서는 고액 교습비를 받거나 외국에서 만들어진 고가의 영재용 교구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교 5년생 자녀를 뒀다는 김모(38·여·범물동)씨는 "정부가 영재교육을 확대한다고 발표한 후 학부모들 사이에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자녀에게 영재성이 없더라도 진학에 도움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과 남에게 뒤처질까 하는 불안감때문에 영재학원을 알아보는 학부모가 많다"고 전했다.
학원 업계에서는 대구에서만 현재 2천여명의 아동·학생들이 영재학원에 등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같이 영재교육 바람이 거세진 데는 작년 4월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 마련 등 공교육권의 영재교육 확대 방침이 천명된데다 대학 입시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3년 전 학원설립 최소 면적기준이 완화(230㎡→110㎡) 되는 등 바뀐 여건이 주로 작용하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영재교육 전문가들은 사설학원 영재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인 영재 육성보다는 선행(先行)학습이나 경시대회 대비 수준에 머물 경우 오히려 학생들의 장래 학습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구교대 영재교육원 남승인 수학부장은 "영재학원들이 정형화된 문제를 빨리 풀어내 자신이 속한 학년보다 몇 년 앞서가는 '속진'(速進)을 강조하는데 그친다면 일시적인 성적 향상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녀들에게 오히려 공부에 대한 관심을 잃게할 위험도 있다"며 사교육 시장에서의 '영재교육' 난립을 우려했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교육청이 '영재'라는 단어가 들어간 상호를 쓰는 학원에 대해서는 엄정한 기준을 만들어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등 거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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