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통미 감싸안은 이국적 나무집

조형 미술가가 설계하고 기획한 집은 어떤 모습일까. 건축공학적 느낌보다는 예술적 향기가 물씬 풍기는 북미식 시골집을 구경해보자.

경북 의성군 빙계계곡 길목에 산새가 알을 품듯 숨은 이달원씨의 전원 주택. 2000년 포도원과 소나무 밭 초입에 오십 년이 지난 낡은 집을 헐고 북미식 목조 전원주택을 지었다.

30평의 이 이국적인 전원주택은 길가에 있으면서도 자동차가 달리는 길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도로에 느닷없이 툭 튀어나와 자연의 균형을 깨는 대신 산새가 알을 품듯 조용히 앉아 있다.

그래서 방문객은 설명을 듣고도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오기 일쑤다.

이 집을 설계·시공한 조형 미술가 김성수 국민대 교수는 전형적인 북미식 목조주택에 우리나라 전통 주택의 단순미와 소박미를 더했다고 말한다.

내부 디자인은 가능한 단순하게, 외벽은 주변 숲과 어울리게 어둡게 처리했다.

이국적인 외형에도 불구하고 길에서 이 집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집의 외벽이 원색이 아니라 어두운 톤의 색감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이 북미식 주택은 모두 나무로 지어졌다.

또 특별한 허가절차 없이 도면 신고만으로 지을 수 있는 30평 규모로 한정해 건축법상의 불편도 덜었다.

대신 전원주택의 특징적인 생활공간인 데크를 널찍하게 깔아 좁은 느낌을 없앴다.

전원주택의 데크는 겨울철을 제외하면 실내보다 사용하는 시간이 훨씬 많은 공간이다.

데크 위에 차양을 덮어 한 여름에도 마당이나 마루처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생활 공간을 만든 것이다.

이국적인 외벽과 달리 실내는 시골 주택의 전형적인 소박미를 살렸다.

바닥에 한국식 온돌을 설치, 거주자가 익숙한 주거환경에서 외떨어진 느낌을 받지 않도록 했다.

거실과 천장 일부에 서까래를 노출시켜 전통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가능한 장식을 없애 단순미를 더한 것도 특징.

보통 북미식 목조주택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개월 안팎. 그러나 이 집은 8개월 정도가 소요됐다.

북미식 목조 주택을 의성 기후에 맞도록 마감하고 한국의 전통적 주택의 미를 살리는데 시간이 할애됐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작품답게 이 집은 조명이 독특하다.

간접 조명을 많이 설치, 거주자의 피로감을 덜었고 외벽에도 디자인적 조명을 설치 이국적 느낌을 맛볼 수 있도록 했다.

벽돌 주택이나 목조주택의 골조 건축비용은 엇비슷하다.

다만 목조주택은 혹한 혹서 폭우 등 우리나라 기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마감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김 교수는 이 집을 짓는데 가장 크게 신경을 쓴 부분이 안동댐 건설로 생겨난 의성 북부 지역의 독특한 기후였다고 덧붙였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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