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문화제에 참석한 불란서의 기 소르망은 앞으로의 세계는 컴퓨터의 급속한 보급으로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현상이 나타날 것이며 그 충격이 증폭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어느 사이에 바로 이 새로운 문화 충격으로 대다수의 보수 계층이 망연자실(茫然自失)해 하고 있다.
컴퓨터를 상용(常用)하면서 중독에 가까울 만큼 몰입하고 있는 이 신세대는 붉은 셔츠를 입고 월드컵 응원에서 독특한 단결력과 질서를 보여주더니 마침내는 교통사고로 죽은 두 여학생을 계기로 촛불을 들고 대대적인 민족자존의 반미저항 운동을 일으켰다.
16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종래의 정치적 무관심을 벗어 던지고 선거에 참여하여 보수에 대한 그들의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함으로써 선거에 다양한 변수를 제공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그들에게 화답이라도 하듯이 네티즌의 건의를 받아들여 장관도 임명하고 중요공직자들을 검증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네티즌과 새정부와의 잘 어울리는 한판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지금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이러한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보수 진영의 실의에 찬 냉소를 어떻게 달래고 사회통합의 묘안을 찾느냐에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들의 촛불시위에 목청을 돋우어 부추기는 북한 언론의 모습이다.
이 촛불세대는 북한이 원자탄을 만들더라도 서울이나 대구에는 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 듯하며 오히려 미군철수까지 외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북한측에서 보면 이보다 반가운 남측으로부터의 낭보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햇볕정책은 국민의 정부가 자랑하는 이름 좋은 남쪽의 통일 정책인데 이를 뒤집어 이용하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북측인 것 같다.
햇볕을 쬐어서 그 찌든 외투를 벗기고자 했던 햇볕정책은 이제 외투 벗을 사람은 인민복을 더욱 가다듬어 입게 만들고 햇볕의 반사로 남쪽의 의식만 흐리게 만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이제 얼마 안 있어 물러나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달러를 주지 않으면 언제든지 원자탄을 만들겠다는 협박성 외교에 우리는 뭐든지 줄 터이니 전쟁만은 하지 말자고 사정(事情)하다보니, 북한 미사일의 사정(射程)거리만 길어지고 6.25의 책임이나 인권 같은 이슈는 꺼내보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문약하게 되었는가? 조금 번 돈이 아깝고 그 동안의 물질적 풍요가 아쉽다는 이유로 우리는 스스로 의식의 무장해제를 하고 평화상을 받은 나라답게(?) 참으로 착한 소리만 하고 있다.
전쟁은 반드시 피해야 하지만 무조건 참기만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적어도 할말은 해야한다는 이야기다.
무조건 참거나 조용하게 있다고 문제가 순순히 해결되거나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적어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남쪽이 안 싸운다니까 더욱 신이 나서 원자탄을 만들어 협박하자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또 현대상선 4000억 대북지원설처럼 남북간의 교류과정에서 의혹을 사고있는 각종 일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북한 방송의 아나운서가 기세 등등하게 외쳐대는 대미 성명서낭독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우리의 보수 정치계는 구경꾼처럼 등짐을 지고 있다.
자칫 방심하는 사이에 디지털세대의 촛불 의미도 인터넷의 의미도 달라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망연자실한 다수의 보수는 속앓이를 하면서 다시 5년을 기다린다는 식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그들은 나라를 지키고 경제를 일으킨 주역답게 강력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비판할 것이 있으면 비판하고 진정한 개혁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대통령만이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왕조적인 정치양태이며 이것이 바로 개혁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유명우(호남대 교구.한국번역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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