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 EEZ 조업 더 까다로운 규정 요구

신 한·일 어업협정이 발효(99년 1월22일)된 지 5년째로 접어든 이달부터 일본측이 자국 EEZ(배타적 경제수역)에 들어와 조업하는 우리 어선들에게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까다로운 조업조건 준수를 요구하자 이를 지키기 힘들다고 판단한 우리 어민들의 출어포기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지난 연말 한·일 당국자간에 합의돼 최근 어민들에게 통보된 2003년 어업협정 내용에 따르면 일본측은 우리 어민들에게 △조업금지 해역 및 기간중 항해시는 어구를 밀폐된 곳에 넣거나 덮개를 씌워야 하며 △어획물은 kg단위(t단위에서 소수점 세자리)까지 기재하는 것을 비롯해 입·출역 보고서를 빠짐없이 기재하고 △일본측 공무원이 임검할 경우 모든 안전조치를 제공해야 하며 △냉동·냉장·어구·급유·급수탱크를 표시한 선창도면을 비치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준수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측은 또 지시사항을 어긴 선박에 대해서는 규모에 따라 최저 5만엔(약 60만원)부터 최고 400만엔(4천800만원)까지 담보금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일본측이 새해 들어 자국 수역내에서 조업하는 한국·중국·러시아 등 외국 선박에 대해 조업관리를 강화하면서 강력한 단속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가급적 조건을 준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만큼 우리 어민들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구룡포·속초 등지의 어민들은 "일본측이 무리한 조건을 내건 것은 우리 어선의 입어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해수부가 입어조건 및 절차 간소화를 위한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룡포 선적 채낚이 어선 11동춘호 선장 이삼형(54)씨, 대동호 선장 이병기(51)씨 등은 "규정대로 한다면 일지 기입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라며 "오징어 두마리만 잡아도 1kg이 넘는데 잡을 때마다 저울 들고 앉아서 무게를 재란 말이냐"고 항변했다.

올들어 몇차례 조업에 나섰던 홍모(48)씨 등 일부 선장들은 "단속에 적발돼 물게 될 담보금에 부담을 느껴 출어를 포기하는 선주들도 많다"고 말했다.

김의남(62) 강원도 속초채낚이 선주협회장도 "지금까지는 입어허가 선박이라는 사실 식별만 되면 일본측이 조업에 간여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무조건 배에 올라와 조사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지난 99년 첫 협상의 단추를 잘못 꿴 것이 오늘과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고 정부측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게다가 포항무선국은 어민들에게 배포한 홍보문에서 '일본이 계도·홍보 중심에서 단속중심으로 전환돼 경미한 위반에도 허가취소 등 강력 대응한다'며 일본의 태도변화를 여과없이 수용하는 인상을 어민들에 줘 불만을 사고 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지난 연말 한·일 양국간에 체결된 EEZ내 어업협정에 따르면 올해 할당량은 각각 8만t, 입어 선박수는 1천232척이며 상호주의에 따라 상대국 어선에 대한 규제 정도도 비슷하다고 밝혔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