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盧당선자 국세 지방세전환 지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5일 "소득세, 법인세 등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대통령직 인수위에 지시했다. 노 당선자는 이날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인수위 경제1분과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우리 나라는 소득세, 법인세, 소비세가 전부 국세로 돼 있고 지방세는 재산세 등인데 꼭 그렇게 돼야 하는 이유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은 국세를 일부 지방세로 공동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그럴 경우 지역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를 잘 조정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인수위 정무분과는 지방세 과표와 세율을 조정하고 국세의 지방세 이양을 확대하기 위해 행정자치부와 재정경제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재정분권을 위해서는 지방재정 확충이 수반돼야 하고 그런 방향에서 지방재정 운용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쪽으로 지방재정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경부 등은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상태에서 국세의 지방세 이전은 지역간 격차만 벌일 뿐"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향후 추진 과정에 논란이 예상된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 분석-지역에 미칠 영향

법인.소득.부가세 등 내국세 중 일부의 지방세 전환은 그동안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꾸준히 요구해 온 일이다. 열악한 재정 여건에 시달리면서도 중앙정부 지원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국세의 대폭적인 지방세 전환이야말로 진정한 지방자치를 가능케 하는 재정독립을 가져다 줄 수 있으며,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실현의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길이라는 것이다.

◇충분한 보완장치 전제돼야 = 그러나 내국세 중 일부를 지방세로 단순 전환하는 것이 꼭 지역에 이득이 될 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국가는 이미 내국세 중 15%를 떼내 '지방교부세'로 만든 뒤 이를 재정이 취약한 농어촌 시군에 유리하게 재분배하고 있기 때문. 이 방식은 국세를 지방세로 단순 전환할 경우 각 지방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해 만든 보완 장치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내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할 경우, 결국은 지방교부세 전체 규모가 작아져 특히 농어촌 시군에서는 국세에서 전환된 지방세 수입조차 얼마 안되는 상황에서 지원 받는 교부세조차 감소하게 되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이다. 때문에 국세의 지방세 전환은 지방자치단체간 '부익부 빈익빈'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의 재정 상황 = 2002년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세입 비중은 81.9%와 18.1%로 국세가 지방세의 4배나 된다. 이렇게 자체 재정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들, 특히 세수 기반이 취약한 농어촌 시군들은 중앙의 지원에 목을 매다시피 해 왔다. 이런 가운데 1990년대 들어 지방자치가 시행되자 지출 수요가 커지면서 저수입-고지출의 형태로 지방재정이 기형화됐다.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재정교부금 확보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

2001년 기준 재정자립도는 서울만 95.6%로 완전자립을 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평균 56.6%에 불과하다. 대구는 64.9%, 경북은 23.3%. 특히 대구는 그동안 보통 지방교부세조차 거의 받지 않다가 이를 받게 되면서 자립도가 전년보다 7.3%포인트나 하락했다. 경북도 1.5%포인트 낮아졌다.

◇득일까 실일까? = 2001년 한햇 동안 대구지방 국세청이 대구.경북에서 거둔 법인세는 1조43억원, 소득세는 1조1천218억원이었다. 그 중 10%를 지방세로 넘겨 줄 경우 대구.경북 지자체들은 2천164억원 정도의 세수 증대 요인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다 부가세의 10%도 넘겨 줄 경우 세수 증대 요인은 더 커진다.

올해 대구시의 일반회계 예산은 1조6천200억원. 그 중 지방교부세로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액수는 수백억원에 불과하다. 법인세.소득세.부가세 중 10%가 지방세로 넘어 온다면 교부세를 받는 것보다 득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산업.경제 기반이 취약한 경북 시군은 국세의 지방세 전환으로 별 이득이 없을 수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영덕군 경우 대부분의 재원을 중앙정부로부터 받고 있지만 2001년 국세청이 이 지역에서 징수한 소득세와 법인세는 총액을 다 해도 160억원에 못미쳤다. 농어촌 시군에서의 부가세 징수액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행정자치부 세제담당관실 김한기 서기관은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려면 세원 배분 원칙을 단순히 발생주의에 의존해 설정할 것이 아니라 균형주의를 가미해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지 않을 경우 세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올해 경북도의 예산규모는 2조4천억원. 행정자치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에 보고한 내용을 토대로 국세 중 일부가 지방세로 전환되고, 지방교부세율이 2~3% 높아진다면 경북도에 내려오는 세입은 최소 2천억원 가량 늘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유흥음식세, 숙박세 등 부가가치세 중 일부가 지방소비세로 전환될 경우 현재 경북도가 차지하는 비율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512억원 가량 도 세입이 늘어난다. 부가세의 전국 규모는 약 32조원(2002년 기준)이며 경북도에서는 이 중 1.6%가 걷힌다. 전체 세액 중 10%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한다면 경북도에는 512억원이 추가로 내려온다.

물론 단순 전체 세수 중 경북도에서 걷힌 돈만 내려보낼 지, 지역간 조정분배를 통해 경북도에 더 많은 돈이 내려올 지는 아직 미지수다. 소득세 및 법인세 전환은 아직 해석이 분분하다. 당초 행자부는 소득세 및 법인세 중 소득세할 주민세, 법인세할 주민세를 지방세로 전환한 뒤 점차 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보고했으나, 노 당선자는 소득세.법인세 자체 중 일부를 전환한다고 말했기 때문. 경북도는 최소 500억원 가량의 세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또 내국세의 15%로 돼 있는 지방교부세를 2~3% 포인트 높일 경우 경북도에는 1천억원 가량 세수 확대가 기대된다. 전체 교부세 중 경북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15.6%. 교부세 인상율이 3%이고, 경북도 비율이 현수준으로 유지된다면 1천억원의 예산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최윤섭 경북도 기획관리실장은 "지방세로 전환하더라도 현재 세금이 걷히는 요율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경제기반이 취약한 경북도로서는 대도시에 비해 훨씬 적은 효과를 보게 된다"며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동시에 지역별 조정분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부처 갈등에 자성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예산타령하지말고 공약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지 말라"며 행정부처의 보고자세를 직접 비판하고 나선 이후 인수위에 대한 각 부처의 보고자세가 달라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선전이나 얼마전까지도 노 당선자의 공약사항에 대해 반대하던 각 부처들이 기존의 정책을 전면 수정, 노 당선자의 입맛에 맞추는가 하면 당선자의 공약에 꿰맞추려고 하는 등 180도 다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업무보고 초기, 노동부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는 등 인수위의 입장과는 다른 정책을 고집하면서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노 당선자의 지적이후에는 이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쌀개방과 관련, 관세화유예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농림부도 업무보고를 전후해서 관세화 유예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처럼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노 당선자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모습을 노출하자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15일 인수위원회 활동을 비판하고 나섰다. 친노성향의 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노당선자의 정부부처 예산타령 질책에 대해 "정부부처가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며 이야기를 못하게 하는 것은 토론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노 당선자는 지난 14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앞으로 모든 결정을 토론으로 검증해야 한다"면서 "토론공화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부처는 노 당선자의 언급이후 인수위와의 갈등을 빚어서는 좋을 게 없다는 판단으로 자세를 낮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 의원은 이어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은 당선후 워싱턴에 세 차례밖에 다녀가지 않았다"면서 "노당선자도 매일 인수위에 출근, 인수위와 정부의 싸움을 말리는 데 매달릴 게 아니라 조용히 정국을 구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인수위가 정권인수라는 기본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인수위는 정부업무 보고를 파악해 당선자에게 보고하는 선에서 머물러야지, 모든 정책을 결정하려 해선 안되며 공약도 지금 실행 여부를 모두 결정하려 할 것이 아니라 노당선자의 대통령 취임 이후 당과 정부가 협의해 추진하면 된다"고 충고했다.

인수위와 노 당선자가 예정된 부처별 합동보고와 지방순회보고에서 어떤 자세를 보일지 주목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인사추천 국민제안 폭주

대통령직 인수위가 지난 10일부터 국민참여센터를 통해 18개 부처 장관을 추천받은 결과 14일까지 모두 612명이 추천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인수위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장관으로 추천된 인사는 교수 등 학자가 170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위관료 출신이 116명, 전.현직 정치인 107명으로 교수와 고위관료, 전.현직 정치인에 대한 추천이 가장 많았다.

기업인(71명)과 분야별 전문가(41명), 시민사회운동가(32명) 등도 적지않았으며 문화예술인(11명)과 언론인(8명) 등도 있었다. 인사추천은 인터넷 접수가 612명으로 가장 많았고 팩스와 방문접수 등 국민제안센터를 통한 오프라인 접수는 77명이었으며 총 추천건수는 1천67건에 이르렀다. 부처별로는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가 각각 89명과 63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편 인터넷 추천에 참여한 사람은 예상과 달리 40~50대가 610여명으로, 20~30대(3백여명)보다 두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제안은 인터넷으로 6천756건이 접수되는 등 총 7천452건으로 폭주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노당선자-국내언론 갈등 양상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8일 밤 KBS TV에 출연, 새정부의 정책과 비전 등에 대해 설명하기로 했다. 그는 취임전까지 뉴욕타임스와 CNN, 일본 아사히신문 및 NHK 등 외신들과 각각 회견을 갖기로 했다.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노무현 알리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노 당선자 및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국내 언론간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인수위원회가 "일부 언론들의 새정부와 인수위원회 에 대한 흠집내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연일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정면대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15일 오전 이날자 조간신문 두 곳의 인수위 관련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새정부의 인사청탁과 관련한 줄대기가 심각하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정 대변인은 "앞으로도 문제 있는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이나 정정 요청을 하고, 만일 정정하지 않으면 다른 자구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자구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인수위 기자실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인수위는 15일자 '인수위 브리핑'을 통해서도 일부 기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모리 전 일본총리의 발언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서도 인수위는 '인수위 브리핑'을 통해 모리 전 총리의 발언이 한나라당에 의해 왜곡됐는데도 언론이 확인도 하지않고 부각시켰다며 비난했다.

노 당선자와 인수위의 언론관이 경직돼가고 있다는 조짐은 이미 공정위의 과징금 취소 처분에 대한 오락가락 대응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보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자 인수위측은 새 정부의 언론정책은 법과 원칙에 따를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인수위는 감사원에 공정위에 대한 특감을 요청한 것을 새 정부의 언론정책과 무리하게 연결지을 필요는 없다고 밝혔지만 인수위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내용에 대한 인수위의 정면대응자세는 새정부와 언론간의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 대변인이 노 당선자의 지방순회 보고일정을 밝히면서 지방언론의 역할을 밝힌 것도 미묘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명수 기자 diderot@imaeil.com

▷청와대 비서실 개편 가닥

새정부출범과 함께 청와대 비서실이 일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6일 오전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청와대 비서실 개편방향과 청와대 집무실 재배치 문제 등을 보고받는 등 비서실 개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비서실장의 정무기능 우선 발언에 따라 정책관련 수석비서관 직제가 일부 정리되고 사정과 인사총괄 역할을 맡는 인사수석(가칭) 및 홍보수석을 신설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대통령 당선자측의 한 관계자는 16일 "정무와 정책총괄이라는 청와대 비서실 기능분화 원칙에 따라 정무는 비서실장이, 정책은 정책기획수석이 각각 맡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정책기획수석이 정책부문을 총괄하게 되면 경제와 복지노동, 교육문화 등 정책 관련 수석비서관제는 폐지되고 대신 정책기획수석의 지휘를 받는 태스크포스팀(1급)이 정책실을 운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 직제대로 운영하되 정책수석이 정책관련 수석들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체제로 가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어 노 당선자가 청와대비서실을 어떻게 개편할지 주목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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