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4천억' 내용 없인 統治행위 없다

가라앉던 '현대상선'이 물위로 솟구쳤다.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의혹'을 털고가자는 말을 실없이 했을리가 없고, 이어 당선자측도 어떤 형태로든 '4천억 대북지원 의혹'을 규명하고 넘어가기로 작정했다니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다.

우리는 정치쟁점화 돼있는 사건들 중에서 이 문제를 검찰이 최우선으로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문 내정자가 '4천억 의혹'을 "털고 가자"고 흘리고 "통치행위 였다면 덮어야 한다"고 부언(附言)한 것은 결코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아닐 것이다.

당선자측이 '어떤 형태로든' 규명의사를 밝힌 것과 맥락이 닿는다.

결국 "털자"는 얘기는 한나라당에 보내는 '사인'같고 "덮자"는 얘기는 청와대에 보내는 '면죄부 아이디어'같다.

우리는 할일이 태산같은 새정권이 정치적 의혹에 또 발목잡혀 허송세월 보내는 것을 보고싶지 않다.

야당은 당장 닷새후 처리예정인 대통령직 인수위법으로 으름장을 놓고있고, 이게 지연되면 첫 총리의 지명과 조각(組閣)의 스케줄도 엉망이 된다.

정쟁화에 따른 야당의 부담보다 '개혁'을 내세운 새정권의 타격이 더 클 것이란데서 문 내정자의 '털고 싶은'속내를 읽는다.

그러나 통치행위라면 덮자는 '가정법'의 속셈은 온당치 않다.

당장 4천억원의 용처(用處)만 밝혀내면 논란은 끝이 난다.

현대측이 4천억을 빌려 순전히 자기네 사업에 썼다면 간단히 대출로비에 따른 정경유착의 문제로 처리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대북비밀지원 쪽으로 방향이 잡힌다면 그야말로 통치행위의 강변으로 풀릴 사안이 아니게 된다.

정부의 돈도 아닌 기업의 돈을, 그것도 후에 정부가 갚지 않고 현대상선이 갚도록 했다면 그걸 무슨 통치행위라 할 것인가.

사안이 이러함에도 감사원은 석달이 넘었건만 아직도 '감사중'이요, 검찰은 그 감사원 핑계로 미적대다가 이제서야 '수사흉내'를 낼 것 같다.

결자(結者)가 해지(解之)다.

청와대가 밝혀야한다.

국민이 낸 세금의 계산서가 투명하지 못하면 집집마다 세금고지서를 보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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