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경과학-서식지 파괴 개체수 격감

'인가(人家) 부근과 가을의 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텃새. 몸 빛깔은 다갈색, 부리는 검으며 배는 회백색. 몸길이는 14cm 정도고 짹짹거리며 욺. 가을에는 곡물에 해를 끼치나 여름에는 해충을 잡아 먹는 이로운 새'.

참새다.

사전은 참새를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참새의 사전적 정의를 다시 해야 할 상황이다.

참새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새의 '참'은 참나리·참개구리·참깨·참나무 등과 같이 주로 동식물 이름 앞에 붙어 사람과 상대적으로 가까움을 나타내는데 사용되는 접두사라고 한다.

그런만큼 불과 10년 전만해도 시골이든 도시든 집 마당이나 전깃줄 등에 앉아 있는 참새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집 마당이나 마루까지 날아드는 야생의 새는 참새뿐이었다.

하지만 수십마리의 참새떼가 전깃줄에 앉아 지저귀는 모습을 이젠 도심에서는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한때 유행하던 '참새시리즈'도 더 이상 회자되지 않고 참새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환경부의 야생동물 서식밀도 조사에 따르면 참새는 지난 2001년 100ha당 139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 1991년 382마리, 81년 428마리에 비해 급감했다.

참새 개체수 감소와 함께 예전에 성행하던 참새구이집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참새가 왜 사라지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먼저 서식공간 파괴를 들었다.

참새는 주로 초가·기와집 등 전통한옥 지붕에 집을 짓고 살았지만 지금은 벽돌·시멘트 등 양옥 및 아파트 단지 일색으로 변해 안정적으로 서식할 공간과 번식 장소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산자락 및 하천의 덤불·갈대·관목숲 등이 개발로 사라진 것도 참새 서식지 감소의 이유. 산기슭은 순환도로 건설 등의 이유로 파괴됐고 잡초 등 풀씨를 먹을 수 있었던 하천가엔 시멘트 호안블럭이 깔렸다.

공원도 등산로, 레포츠 시설 등으로 인해 자연과 멀어졌다.

서식지가 파괴돼 5월 번식기가 되면 도로교통표지판 철기둥 구멍이나 시멘트 전봇대 위 구멍속에 참새 둥지를 튼 장면이 종종 눈에 띈다.

서식 환경이 바뀌어 마땅히 서식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농촌도 마찬가지다.

제초제·살충제 등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메뚜기, 딱정벌레, 거미 등 참새의 먹이가 줄어들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1980년 1만6천여t에 불과하던 농약사용량이 2001년엔 2만8천여t으로 크게 늘었다.

ha당 농약사용량도 2001년 13.5kg으로 추정돼 지난 1980년 5.8kg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참새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위해 설치한 카바이트총, 그물, 반짝이줄, 비닐하우스등도 참새를 농촌 들녘에서 몰아내고 있다.

풀씨, 작은 동물성 곤충, 볍씨 등 농촌에서 먹이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참새는 가을에 먹이를 충분히 섭취해야 봄에 교미를 하고 새끼를 낳아 번식할 수 있다.

농경지가 목축이나 특용작물 위주의 집단재배지로 바뀐 것도 참새 서식지 감소의 한 요인이다.

중국은 과거 문화혁명 시기에 참새를 '해로운 새'로 간주하고 참새 추방 운동을 벌였다.

북경성 안에서만 30만마리의 참새를 잡아 없애는 바람에 한동안 중국에서는 참새를 볼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천적이 사라지자 각종 해충들이 창궐해 엄청난 양의 곡식을 갉아먹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게 됐다.

그제서야 중국 정부는 다시 참새 보호정책을 세웠다.

영국 등 유럽국가들도 '참새 살리기' 대책을 마련했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의 경우 지난 1965년 90만마리에 이르던 참새수가 25년 뒤인 89년엔 13, 14만마리로 85% 정도가 감소했다.

이에 영국 등 유럽 조류학자들은 지난 81년 유럽조류보호지침에 참새를 '보호종'으로 지정, 법으로 보호하는 한편 번식을 위한 상자도 설치하는 등 참새 보호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도 5종의 참새 개체수가 모두 급감하자 지난 1990년대부터 참새 복원 운동을 펼치고 있다.

1810년대 나그네비둘기로 불리는 여행비둘기는 북미대륙에서 30~50억 마리가 살았던 가장 흔한 들새였다.

1870년대만 해도 미국 위스콘신 중동부에서 1억3천600만 마리가 살았지만 남획으로 30년 후엔 거의 사라졌고 1914년 신시네티 동물원에서 기르던 마지막 1마리마저 죽은뒤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전에 우리 나라도 참새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도심 공원이나 하천가에 가지 많은 관목수 및 야생화 등 작은 씨앗 식물을 심고 인위적이더라도 서식 공간을 마련하는 등 참새가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충고한다.

경북대 생물학과 박희천 교수는 "농촌 등에 피해를 입히는 새이긴 하지만 식물씨앗을 다른 곳으로 퍼뜨려 식물 서식지를 분산하고 식물의 종을 다양화하는 역할도 한다"며 "참새되살리기 캠페인이나 사업을 벌이기 전에 서식지 및 개체수 정밀 조사, 서식 환경 조성 등 참새 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참새수가 급감해 국지적으로 발견된다고 한다.

또 일부지역에선 여기저기서 내몰린 참새떼가 몰려와 예전보다 더 많이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화원유원지, 가창, 경북 고령 다산이나 청도 등 읍면단위 농경지에선 지금도 참새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낙동강변을 따라 인적이 드문 곳에서도 일부 서식하고 있다.

도심 전깃줄에서 참새가 짹짹이는 모습이 그립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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