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라크戰 반대" 거세지는 세계여론

이라크 무기사찰단의 유엔 안보리 보고를 하루 앞둔 26일 중국과 프랑스 정상들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확산 됐다.

이들 정상은 한결같이 성급하게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반대하면 서 이라크 문제는 정치적.외교적 수단을 통해 유엔의 틀 속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해 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프랑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무기사찰단의 안 보리 보고서 제출을 하루 앞둔 26일 전화통화를 갖고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는 입 장을 재확인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양국 정상은 통화에서 현 이라크 사태는 정치적.외교적 방법을 통해 유엔 안보 리안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신화통신은 이어 장 주석이 이라크도 유엔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야 하며 안보리의 권위가 보호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이라크 사태의 향배를 좌우할 사찰단의 보고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안보리 결의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프랑스가 이같이 합의한 것은 對이라크 군사행동에 대한 각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미국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 이어서 주목된다.

미셸 알리오-마리 프랑스 국방장관도 이날 유럽1 라디오 방송와의 회견에서 필 요할 경우 유엔 무기사찰단에게 보다 많은 시간이 허락돼야 한다며 "(이라크에)대량 살상무기가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체크하고 발견할 모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장-피에르 라파랭 프랑스 총리는 지난 25일 "무기 사찰단이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할 것이 틀림없다"면서 "그들에게 시간을 더 주 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르단을 방문중인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26일 암만에서 알리 아부 라게 브 요르단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이라크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전쟁 을 피하기 위해서는 안보리가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부 라게브 총리도 "전쟁을 막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이 경주돼야 하며 유엔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사태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주문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이날 "분쟁은 유엔내에서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한 다"면서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공격에 대한 반대입장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유럽연합(EU) 순번의장국인 그리스의 요르요스 파판드레우 외무장관도 이날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보리 결의에서 계획된 절차상 27일은 끝이 아니며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면서 사찰이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관련해 EU 외무장관들은 27일 브뤼셀에서 회담을 열고 이라크 문제에 대한 EU의 공동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대표도 미 ABC방송의 '디스위크' 프로 그램에 출연, EU는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원하지만 군사행동이 시급하다는 미국의 입 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찰단, 27일 이라크 사찰결과 보고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개발 또는 보유와 관련한 의혹을 조사해온 유엔 사찰단이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두달간의 사찰활동 결 과를 보고한다.

현재로서는 이라크가 대량파괴무기를 개발, 보유해 왔다는 증거나 이를 부인하 는 증거가 모두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아 사찰을 연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해 유 엔 사찰단이 2차 사찰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가 무장 해제를 거부하고 있으며 더는 시간을 줄 수 없다"면서 단독으로라도 이라크를 공격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라크 사찰 책임자인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 장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7일 오전 10시30분(한 국시각 28일 오전 0시30분) 유엔 안보리에 사찰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지난 9일 중간 보고 때와 마찬가지로 유엔 사찰단의 이번 보고도 이라크의 대량 파괴무기 의혹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이라크의 협조자세는 미흡하며 여전 히 규명되지 않은 의문점이 많다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오스트리아 빈의 IAE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번 보고에 놀랄만한 내용이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보고로 국제사회가 이 라크 대량파괴무기 문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블릭스 위원장도 안보리에서 지난 2개월간 이라크측이 사찰단에게 보여준 협력 과 관련해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을 모두 보고할 예정이지만 이라크가 무장 해제 의무를 위반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할 것이라고 유엔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가 자발적인 무장해제와 사찰단에 대한 적극협조, 대량파 괴무기 보유실태의 누락과 허위 없는 보고 등의 의무를 이미 위반했다면서 전쟁을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미국은 시간이 다 돼 가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위한 방법이 전쟁밖에 없다면 이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우리는 이라크에 대해 단독으로, 혹은 뜻을 같이 하는 동맹의 일 원으로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주권국가로서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 유엔 안보리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단독 공격도 불사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사항에 관해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와 중국, 러시아 등은 여전히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면서 사찰단에 활 동할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26일에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이라크의 협조 여부를 평가할 수 있도록 유엔 사찰단에 더 시간을 주자고 밝혔으며 블릭스 위원장 과 엘바라데이 사무총장도 역시 사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미국이 사후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 논의를 염두에 두고 강경입장을 밝 히고 있지만 유엔사찰이 몇주동안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외교 소식통들은 내 다보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