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웃통 벗은 도살장 주인은

사형

런닝 샤스 바람의 푸줏간 주인은

무기징역

노타이 차림의 불고기 집 주인은

십년 징역이라고

넥타이 매고 불고기 집에 앉은 사람이

단죄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당연히 무죄인 그는

가여운 불고기를

소주에다 방생하고 있다

남재만 '불고기 집에서'

이 시는 불교적 소재에서 시적 발상을 찾고 있으나 그 노리는 의도는 다분히 대 사회적이다.

즉 현대인에게 많이 발견되는 도덕적 자기 편의주의를 비꼬고 있다.

자기 성찰도 없이 나만은 죄없다는 그런 무신경을 번뜩이는 위트로 꼬집고 있다.

우리 시단에서 김삿갓류의 풍자적 맥을 잇고 있는 몇 안되는 시인이다.

〈권기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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