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 연휴에 '로또복권' 열풍

복권 열풍이 섣달 한겨울에 온 나라를 달구고 있다. 설이기도 한 이번 주말 우리나라 복권사상 최고액인 100억원 이상 규모의 대박이 터질 가능성이 있기때문. 진앙은 두달여 전(12월7일) 첫선을 보인 로또 복권. 전국 수백만명이 '로또'를 통한 '인생역전'(人生逆轉)의 꿈에 빠졌다.

◇열풍 얼마나? = 로또복권은 지난달 7일 시장에 나온 후 발매 한 달도 안돼 월 매출액이 150억원을 넘겼으며, 이번 주에는 한 주간 판매액만도 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덕분에 이 복권 사업 운영자인 국민은행은 올해 매출이 4천억원에 육박해 전국 49종류 복권 시장의 절반 이상을 로또가 점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달 초부터 매회 로또복권을 산다는 회사원 최인수(33.대구 황금동)씨는 "6회차 때 60억원 짜리가 터진 후 매번 5만원 어치씩 사고 있다"며 "1만원 짜리인 5등에 당첨된 적도 있어 요즘은 정말 내가 1등에 당첨될 수도 있다는 꿈을 꾸고 있다"고 했다.

대구 신천동 한 전자게임장에서 복권코너를 운영하는 서정석(54)씨는 "이틀 전 한 고객은 40만원 어치를 사 갔다"며, "당첨금이 5, 60억 이상 되면 과열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로또 신드롬이 전국으로 번지면서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복권을 사는 '복권계'가 곳곳에 생겨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사이트의 하루 평균 가입자가 수천명에 이르고 있다. 복권을 선물용품으로 만들어 주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등장했을 정도.

◇왜 이런 일이 생겼나? = 지난 11일 있었던 6회차 추첨에서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 근로자가 65억원의 당첨금을 받으면서 열기가 고조됐다. 지난달 7일 이후 5차례 있은 추첨에서 2주 연속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상금이 계속 누적된 탓. 이런 가운데 7, 8회차에서도 당첨자가 나오지 않자 이번 주말 있을 9회 추첨금은 최소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시민들의 구미를 더 돋궜다.

7회차 미당첨금 26억여원에 8회차 미당첨금 47억여원이 덧보태졌고, 이번 주 배당액이 추가되기 때문. 기존 각종 복권들의 당첨금이 최고 5억원으로 묶여 있는 것과 비교하면 구매 충동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주부 조민지(28.대구 신천동)씨는 "자기가 손수 써넣은 번호 여섯 자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재미도 시민들이 누리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해진 숫자를 수동적으로 받아 추첨 결과를 지켜보도록 돼 있는 기존 복권들과는 매력이 다르다는 것.

◇사행성 논쟁 = 최근에 열풍에 대해 행정자치부 박의식 지방채 담당은 "행정기관이 복권발행을 통해 수익 얻기에 급급하고 사행심까지 조장한다는 일부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모아진 기금으로 어려운 지방재정을 돕는다는 것.

그러나 복권 심리에는 심각해진 빈부격차가 작용하고 있음에 틀림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편에선 정해진 월급조차 제대로 못받는데도 다른 한편에선 연봉에 해당하는 연말 성과급을 받아가는 상황이 대박 기대심리를 만든다는 것. 대구대 사회학과 홍덕률 교수는 "일한 만큼 보상받는 체재가 보장된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며 "한탕 또는 요행을 바라는 사행산업이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퍼지는 현상은 걱정을 감출 수 없게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또 로또의 당첨 확률이 연중 교통사고 당할 확률(4천분의 1)이나 연중 벼락에 맞을 확률(50만분의 1)보다 낮다는 점도 환기했다. 계명대 수학과 임대근 교수는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산술적으로 814만5천60분의 1(약 0.00001%) 정도에 불과하다"며, "그런데도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당첨금이 크기 때문이고 이것은 결국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 심리"라고 했다.

◇정부 대책 = 폐해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감사원은 49개의 각종 복권사업이 과당경쟁, 비용증가, 사행심 조장 등 사회적 폐해를 조장한다며 사업 규모 축소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부도 로또복권 열풍이 과열 양상으로 흐르자, 당첨자가 없을 경우의 이월 회수를 현재의 5회에서 2회로 줄이도록 해 다음 달 8일 추첨분부터 적용키로 했다. 두번 계속 1등 당첨자가 없을 경우 세번째 추첨 때 2등 당첨자가 1등 당첨금을 나눠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로또복권은 행정자치부.노동부.건설교통부 등 7개 중앙정부 부처가 공익기금 마련을 위해 발행하고 있다. 매출액 중 20여%는 발행 비용으로 쓰이고 30여%는 공익기금으로 적립되며 나머지 50%가 당첨금으로 배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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