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소도시 '고교평준화 논란'

지난 27일 구미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중소도시에서 고교평준화 자율선택을 언급함에 따라 경북지역에서도 평준화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포항.구미.안동 등 비평준화 지역 주민들은 평준화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는 반면 일부에선 학력저하, 우수인재 유출 등을 들어 비평준화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평준화 문제에 대해선 교육공무원과 학부모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포항고 한신길 교장은 "시내 우수고와 읍.면지역 고교의 시설이나 교원 조직에 차이가 많이 나 평준화는 시기상조"라며 "또 평준화된 후 시내 학생들이 읍.면지역으로 배정받으면 등하교에만 1시간씩 걸린다"고 말했다.

포항여고 학부형인 이모(52)씨는 "평준화가 돼 명문고가 사라지면 우수학생들이 대구나 서울로 대거 전학갈 것"이라며 "비평준화이던 경기도 일산이나 분당이 평준화된 뒤 우수학생들이 서울 강남지역으로 유출됐다"고 강조했다. 구미의 경우도 현재 18개 고교 중 구미고.구미여고.금오고.금오여고.경구고 등은 시내에 위치했지만 나머지 학교는 대부분 읍.면지역에 위치해 교통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평준화 실시가 어려운 실정이다.

구미교육청 한 관계자는 "구미 시내에 집이 있는 학생들이 평준화로 읍.면지역 소재 고교에 배정을 받거나 반대로 읍.면지역 학생들이 시내 고교에 배정을 받으면 서로 통학에 불편을 겪는 등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박동화(49.구미시 송정동)씨는 "비평준화인 구미에서조차 중학교부터 김천.대구 등지로 유학을 가는 사례가 전체의 5~7%로 추산된다"며 "평준화가 이뤄지면 외지로의 학생유출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평준화를 찬성하는 목소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교조 경부지부는 "고교 입시를 중학교 내신으로 결정하는 현행 입시제도 때문에 중학생 때부터 심한 입시 열기에 시달려 전인교육이 불가능하다"면서 "평준화가 돼야 사교육비가 대폭 줄어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일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항 영신고 최근국 교장은 "공립중학교들이 우수학생들을 모두 명문고로 진학시키는 바람에 사립고는 만년 2류 학교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ㅅ여고 학부인 박모(52)씨는 "비명문고에 입학하면 우수 학생이 없어 성적이 오를 환경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에 갈수록 학력이 저하된다"며 "중학교 성적만으로 명문.비명문을 획일화해 나누는 것은 기회 균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특히 안동지역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민단체와 교사 학부모들 중심으로 현행 고교 선발입시제를 폐지하고 평준화입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노 당선자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안동지부 고교평준화추진특별위원회 피재현(37) 위원장은 "노 당선자의 '고교평준화 자율 선택' 언급은 후보 시절 천명한 관련 정책에 대한 입장을 뒤집는 것으로 온당치 않다"며 "선발입시제도 때문에 농촌 중소도시에서도 사교육 열풍이 빚어지는 등 폐해가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오는 3월까지 전 시민을 대상으로 평준화입시제도 도입을 위한 설문조사를 벌인 뒤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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