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도 막바지다.
이틀 뒤에 시작되는 설 연휴가 끝나면 성미 급한 이들은 봄 채비에 분주해지리라. 추워서 겨울이 싫다는 사람도 막상 이맘때쯤이면 아쉬움이 생기게 마련. 오랜만에 모인 가족, 친지들과 설 연휴기간 내내 집 안에서 보내기보다는 조금의 교통체증을 감수하고라도 다같이 하나의 야외추억을 만들거나, 마지막 겨울정취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일찍 차례를 마치고 나선다면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몇 곳을 소개한다.
◇비슬산자연휴양림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용리 비슬산 자락에 있다.
참꽃 군락지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비슬산엔 해발 1,084m인 대견봉을 중심으로 조화봉(1천058m), 관기봉(990m) 등의 고봉이 즐비하고 경관도 빼어나다.
자연휴양림은 유가면 소재지에서 10㎞ 정도 떨어져 있다.
이정표를 따라 왕복 2차로인 진입도로로 차를 몰면 고갯길이 나타난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이 조금 길게 느껴지는 순간, 자연의 힘을 새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도로를 경계로 햇살이 잘 드는 왼쪽 산등성이에는 최근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 반면 오른쪽에는 눈이 거의 없다.
등산로 입구부터는 태양도 힘을 잃는다.
완전히 겨울 산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고드름을 수없이 드리운 얼음동산이 나타난다.
기기묘묘한 형태의 얼음동산 규모는 높이 15m 내외 , 길이 100m 정도. 인공으로 물을 뿌려 만든 것이다.
어두워지면(오후 5시30분~밤 11시) 오색 조명등이 밝혀져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얼음동산 앞쪽으로는 얼마 전 벌어진 얼음조각 경연대회 수상작들이 "당신, 왜 이리 늦었소"라고 질책하는 듯 녹아내리다 남은 몸뚱이를 내보이며 서 있다.
몇 번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면 추위도 잊게 되는 얼음썰매장에선 연거푸 즐거운 비명소리가 터진다.
이 얼음썰매장은 폭 12m, 길이 32m로, 썰매는 비치되어 있는 것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얼음동굴(2개)과 에스키모집 문턱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진다.
관리사무소에서 비슬산 주봉인 대견봉까지 산행엔 2시간 정도 걸리고, 그 중간엔 동해안과 일출시간이 거의 같은 해맞이봉, 신라시대 사찰인 대견사가 있었던 대견사지 등이 있다.
또 휴양림 계곡 상류의 2㎞에 걸친 암괴류와 애추는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것으로 지질학적 가치도 높다.
▶가는 길:△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 현풍IC에서 빠져 좌회전~유가파출소 삼거리에서 좌회전~자연휴양림 △국도:대구 서부정류장~화원~위천삼거리에서 좌회전(창녕 방향)~현풍~자연휴양림.
◇오도산자연휴양림과 미녀봉
경남 합천군 봉산면 압곡리에 있는 오도산자연휴양림은 합천호 주변에서 가장 깊은 산세를 느낄 수 있는 지실골 상단에 조성돼 있다.
지실골은 해발 1,134m의 오도산에서 오두치를 거쳐 미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남사면에 약 6㎞ 길이로 뻗어 있는 계곡으로, 숲이 무성하고 골짜기가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계곡 분위기가 뛰어난 곳이다.
미녀봉(930m)은 아름다운 여인이 옆으로 누워 있는 듯한 형상으로 거창군과 합천군 경계에 솟아 있고, 산 곳곳에 여체의 부위 이름이 붙여져 있다.
정상 동쪽의 약물샘과 여궁샘, 서쪽으로 유방봉과 눈썹바위, 능선 북쪽의 유방샘 등이 그것.
지난해 3월 개장한 휴양림은 시간대별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산행코스를 갖고 있다.
2시간 코스로는 휴양림~말목재~유방봉~미녀봉 왕복과 휴양림~말목재~숙성산 왕복코스가 있는데 휴양림~미녀봉 코스가 경관이 더 빼어나다.
등산로가 잘 닦여져 있어 어린이를 동반해도 문제가 없다.
미녀봉 정상에 서면 합천호 일부와 함께 넓은 거창 가조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는 길:88고속도로 고령IC에서 빠져 거창 방면으로 24번 국도~합천군 묘산면 소재지~봉산면 권빈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달리다 보면 오도산자연휴양림 안내표지판 나옴.
◇삼존석굴과 한밤마을
삼존석굴(제2석굴암)은 팔공산순환도로 정상부인 한티재에서 군위 방면으로 2.5㎞ 정도 내려가면 나온다.
지상 20m 절벽에 있는 자연동굴 안에 아미타불과 대세지보살, 관음보살 등 세분의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데 이 삼존석굴은 국보 109호다.
삼존석굴에서 1㎞ 정도 더 내려가면 숲을 이루고 있는 수백년 묵은 소나무가 차를 멈추게 한다.
부림홍씨(缶林洪氏) 집성촌인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다.
'한밤마을'이라 불리는 이 마을의 또 다른 특징은 돌담고택이 많다는 것. 옛날에 집집마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돌을 주워 모았는지 이끼 낀 돌담길이 꼬불꼬불 미로를 이룬다.
바로 인근에 설 준비에 지친 몸을 풀 수 있는 온천도 있고, 일연대사가 삼국유사를 저술했다는 인각사, 장곡자연휴양림 등이 차로 1시간 내 거리에 있다.
◇기타 가볼 만한 곳
대구시내 놀이공원과 호텔에서도 설 연휴기간 다양한 이벤트를 펼친다.
대구 우방타워랜드는 설 연휴기간 타이머 스위치를 작동시켜 '2003' 숫자를 맞추면 예·본선을 거쳐 김치냉장고, 자유이용권 등 경품을 주는 '2003을 잡아라'(2월1, 2일·중앙광장) 행사와 널뛰기, 투호놀이, 제기차기 등 고유의 전통놀이를 즐기면서 상품도 받을 수 있는 '아빠, 엄마 어릴 적에'(31일~2월2일 낮 12시~오후 6시·폭포광장) 행사를 한다.
또 '도전 민요 30곡' 등 게임을 통해 연간회원권, 식사권 등을 주는 '가족 스피드게임'(2월1, 2일·영타운무대)과 조선시대 궁중의상 등을 입어볼 수 있는 행사도 준비 중이다.
호텔 인터불고에서는 설 다음날인 2월2일 두차례(낮 12시, 오후 4시) 객실 이용권과 뷔페식사권 등을 걸고 윷놀이, 팽이돌리기, 민속놀이 경연대회를 펼치는데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또 설날 당일엔 호텔 라운지에서 여러 종류의 강정을 무료로 제공한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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