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최군은 금요일 저녁이면 자신이 일하고 있는 이벤트회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눈치를 본다.
왜냐하면 매주 금요일은 대구독립영화협회에서 정기상영회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협회라고 해야 영화제 할때 빼고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상영에 관한 준비는 막내인 자신이 해야 한다.
6시30분. 상영회를 하는 계몽 문화센터 세미나실에 도착한다.
오후 7시. 상영 시작이다.
이번 주는 작년에 반향을 일으켰던 한국 독립영화 한편과 외국의 애니메이션 서너 편을 같이 본다.
'참 좋은 작품인데', '같이 볼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언제나처럼 상영 시작 20분 후에 나타나는 몇몇이 보인다.
'그래도 오늘은 열 명쯤은 되겠구나. 썩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뒤풀이 자리. 오늘도 언제나 보이는 관계자 3, 4명과 새로 낀 2명. 작년 말부터 시작된 상영회마다 술값을 내야 했던 대표가 안쓰러웠던지, 오늘은 각자 지출해서 먹자고 말을 꺼낸다.
밤 11시 30분. 몇 명은 벌써 거나하게 취해 있다.
앞뒤 안가리는 박 교수는 또 영상위원회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방방 뜨고, 나머지 사람들은 오늘 본 영화에 대해 티격태격하고 있다.
새로 온 여자 한 분은 홍보가 부족해 상영회에 사람들이 많이 안 온다고 했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조금 피곤하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 씩 영화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 즐겁다.
근 3년 동안 영화제도 해보고 공개 세미나도 열면서 이 지역에서 영상 문화를 좀 더 확장했으면 싶은데, 그것이 쉽지 않다.
저 유명한 프랑스의 누벨바그 운동도, 한국 독립영화를 이끌고 있는 인디포럼도 이렇게 계속적으로 영화를 틀어주고 보는 사람들이 모이다 그렇게 큰 운동으로 발전했다지 않는가?
'빗물이 바위를 뚫듯이, 언젠가 장미꽃이 피겠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최군은 발길을 돌린다.
박철웅 가야대 교수·연극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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