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김 15세트, 28일까지요? 예, 알겠습니다".
지난 27일 동아백화점 특판사업팀. 10여명의 직원들이 설 선물 주문 및 상담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판사업팀은 평소엔 기업들을 대상으로 판촉·판매하는 부서이지만 설을 앞두고는 일반 고객들까지 접촉하느라 눈 코 뜰새 없었다.
설 대목의 절정은 27일부터 4일간. 하루 1천건이 넘는 주문과 상담으로 몸은 녹초가 되지만 목소리만큼은 카랑카랑했다.
사무실을 찾는 손님들에겐 지친 몸을 곧추세우고 깍듯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흥기 특판팀장은 "올해는 정육이나 과일류보다 김, 멸치 등 건어물 주문이 많다"며 "상담 및 주문 건수는 1만2천여건으로 예년과 비슷하지만 전반적으로 선물 구매 단가는 좀 떨어진 것 같다"고 설 선물 구매 양상을 설명했다.
특판팀, 식품부에 접수된 선물 주문은 동구 반야월에 있는 유통센터 배달본부로 통보된다.
배달본부는 주문 물량 배치 및 공급 상황 확인 등의 절차와 입·출고를 일원화하기 위해 지난해 추석 명절때 처음 만든 이후 명절 때에 임시 운영되는 일종의 '야전사령부'. 황보성 계장은 "신선도를 유지하고 신속하게 배달하기 위해 명절때만 배달본부를 구성, 일원화하고 있다"며 "배달 트럭과 냉동탑차 등 40여대를 동원, 새벽에 배달처나 백화점으로 출발한다"고 했다.
또 원활한 설 선물 수송을 위해 임원들은 물론 본사 관리부서 및 각 백화점 직원 등 50여명을 배달요원으로 배치하고 일용직 100여명도 고용했다.
대구백화점도 택배 특급 작전을 벌였다.
설 기간 중 전화 및 방문, 인터넷 쇼핑몰, 특판 등을 통해 들어온 주문은 하루 평균 2천건 정도. 이를 소화하기 위해 사무직원 50명을 긴급 투입, 개인 차량을 이용해 직접 배달을 했다.
또 일용직 50명을 충원했고, 1t 트럭 30대도 빌렸다.
이것만으론 부족해 택배와 퀵서비스 업체 20여곳과 연계했다.
직원들이 퇴근 길에 자신들의 집 주변에 주문상품을 배달하는 '인근지 배달제'까지 도입했다.
선물 배송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고객과 약속을 지키느냐 신선도를 유지하느냐의 관건이 배달에 달려있기 때문.
기자는 본격적인 배송 전쟁이 시작된 27일 배달 트럭에 올라 탔다.
이 차량에 할당된 배달 건수는 35건. 최대한 빨리 배달을 해야하는 육류가 대부분이었다.
출발 전 택배 물품을 지역별로 분류,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직원에게 배당했다.
또 배송 물건을 배당받은 직원은 시간이 가장 적게 드는 효율적인 코스로 배송 전표를 다시 정리한뒤 출발했다.
그러나 배달은 계획대로 쉽지 않았다.
주소대로 찾아갔지만 받을 사람 집 주위만 맴돌기만 했다.
배달 직원은 급히 본사에 위치를 확인했다.
그래도 위치확인 실패. 결국 받을 사람 집으로 전화를 해야만 했다.
통화를 하는 순간, 찾던 건물이 포착됐다.
선물은 무사히 전달됐다.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수성구 범물동 용지아파트. 이날 방문하겠다는 전화를 해뒀었지만 집엔 아무도 없었다.
애를 태우다 할 수 없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선물을 맡기려 했지만 냉정하게 거절당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지난 명절에도 선물을 맡았다 제때 전하지 못하는 바람에 애꿎은 자신의 멱살만 잡혔다는 것. 수 차례에 걸친 애원 끝에 겨우 선물을 경비원에게 부탁할 수 있었다.
배달에 나선 직원은 "약속을 하고도 집에 사람이 없어 물건을 전하지 못하거나 선물 받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바람에 그냥 갖고 돌아오는 경우가 10% 이상은 될 것"이라고 했다.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엔 또 다른 난관이 닥쳤다.
도로에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마음은 급해져 발을 동동 굴렀다.
막힌 길을 어찌하랴. 배달 전표를 꺼내 순서를 다시 확인하면서 애써 여유를 찾았다.
직원은 "시간에 쫓기다보면 때로 거칠게 차를 몰거나 차량에 문제가 생겨도 수리할 시간이 없어 그대로 운행할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날 배달은 어둠이 내린 오후 7시쯤에야 끝났다.
배달해야 할 35건 중 1건은 결국 받기를 거부해 전달되지 못했다.
그래도 이날 성적은 A급.
차에서 내려 선물을 전달하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3~5분 정도. 수취를 거부당하거나 사람이 없었던 경우엔 10분 이상이 소요됐다.
집을 찾지 못해 헤매는 경우도 적잖다고 했다.
이때문에 배달시간이 늦어져 밤늦게까지 배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조봉석 계장은 "배달 주문이 갑자기 들어올 경우 가까운 거리는 직원이 카트에 물건을 싣고 급히 나가기도 한다"며 "고객과의 약속이 배달의 생명인만큼 물품의 손상 및 배달사고 없이 제 때 배송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택배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한통운 대구지점은 지난 20일부터 10일간을 설 특별수송기간으로 정하고 택배직원 80명 외에 사무직원 10여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배송을 위해 1t짜리 봉고도 10대 추가 구입했다.
특별수송기간 내린 눈·비로 배송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수송기간 중 배송량은 하루 평균 1만1천여건. 이중 30% 정도인 3천500건이 설 관련 선물이라고 했다.
택배업체 관계자들은 대구지역의 설 배달 물건을 20만건 정도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설 명절과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난 추석에 비해선 크게 감소했다는 것.
대한통운 김종욱 택배영업팀장은 "해마다 20% 정도 물건이 늘어난 것에 비해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올 설은 육류나 청과류보다 김, 소형 식료 및 생활용품 선물세트가 많은 걸로 봐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