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정부, 위기관리능력이 걱정된다

미국의 한반도 군사력 증강 움직임에 대해 북한이 심각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및 군 고위 관계자는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또 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는 미국의 전력 증강 움직임이 전쟁 전야의 사태를 만들었다며 강력한 자위적 조치를 강조했다.

미국이 한반도 해역에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전폭기를 증강하겠다는 것은 종래의 전략에 비춰 새로울 것이 없는 사실이다.

이라크 전 발발에 대비한 분쟁우려지역의 군사적 오판과 충돌을 막기 위한 일상적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를 극렬하게 문제삼는 것은 최근의 핵 사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핵 개발 저지를 위해 언젠가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피해의식이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게 한 것이다.

그들이 시종일관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체제보장도 이런 맥락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답답한 것은 안보 갈등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북 비밀지원과 정권이양기의 누수현상에 발이 묶인 탓도 있겠지만, 북한의 거듭되는 전쟁발언에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오히려 북한의 호전적 발언을 희석시키거나 외면하려는 인상마저 준다.

이래서는 국민들이 마음을 편히 할 수 없다.

우리가 그동안 북한에 지원한 엄청난 물자와 돈은 평화를 사기 위한 투자였다.

그런데도 전쟁 이야기를 더 자주 듣고 있으니 기막힐 따름이다.

대북 교류와 지원을 늘릴수록 북한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는 이런 정책적 오류는 되짚어보아야 한다.

당근 일변도의 정책이 지니고 있는 자기모순을 성찰해 보라는 주문이다.

그것이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훼손시켜 지금과 같은 갈등상황을 멍하게 쳐다보도록 만든 것이 아닌가 한다.

새 정부는 햇볕정책의 이런 오류를 충분히 검토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남의 손에 맡기는 일이 없도록 위기관리 능력을 제대로 갖춰주기 바란다.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려 한다면 폭력의 노예가 된다"는 한 예비역 장성의 지적을 덧붙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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