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운명(이언 게이틀리 지음/몸과 마음 펴냄)
흡연자라면 누구나 담배를 끊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상당수가 니코틴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작심삼일'로 끝난다.
설령 담배를 끊었다 하더라도 사업이나 연애가 잘 되지 않거나, 월드컵 축구를 보거나, 술을 마시다가, 심지어 담뱃가게 앞을 지나다가 순식간에 예전 같은 '골초'로 되돌아가고 만다.
니코틴이라는 습관성 물질 탓도 있겠지만, 혹 담배가 내재하고 있는 어떤 사회·문화적 배경이 인간을 끊임없이 유인하고 있는게 아닐까. '담배와 문명(이언 게이틀리 지음, 몸과 마음 펴냄)'은 담배가 인류역사와 함께 어떤 운명을 겪어왔는지, 현대에 들어 무슨 이유로 기호품에서 혐오품으로 급전직하했는지를 다룬 책이다.
담배에 얽힌 추악한 역사를 제대로 앎으로써 금연에 도움이 되면 좋지 않겠는가.
아메리카대륙 발견 이후 담배는 서구인들에게 줄곧 사랑을 받아왔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백인이 독한 술을 주고 매독을 퍼뜨린데 대한 인디언의 복수'로 규정돼 종교적·도덕적 저항도 적지 않았다.
영국이 담배를 식민지 개척을 위한 이윤의 수단으로 간주하면서 담배는 미화되고 애용됐다.
미국의 독립전쟁이 '담배 전쟁'이라 불리고, 서구 열강들이 담배 무역에 사활을 건 것만 봐도 담배는 제국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 후반들어 전세계 담배산업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고, 미국 담배만 판을 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지 않은가.
흡연문화가 일반인에게 골고루 퍼진 계기는 1, 2차 세계대전.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터에서 담배는 세상과 자신을 이어주는 끈이었고, 향수를 잊게하는 매개물이었다.
성인 남성의 상징물이었던 담배가 여성과 청소년에게까지 유행한 것은 영화배우와 가수 때문. 반항아 제임스 딘의 흡연 사진은 청소년 흡연을 확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007 제임스 본드 역할의 배우들과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흡연 장면은 여성 흡연자를 크게 증가시켰다.
영화 '황야의 무법자'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가를 씹으며 총을 난사하는 장면이나 '슈퍼맨2'에서 말보로 광고가 22번이나 등장하는 것도 대중에게 무의식으로 흡연 욕구를 심어줬다.
(혁신적인 마케팅으로 유명한 미국담배회사 필립 모리스가 후원했다) 우리도 문인(文人)이라면 줄담배를 피우며 원고 쓰는 것을 떠올리듯, 한때 담배는 문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필수품처럼 여겨졌다.
현대에 들어 여성에게는 담배는 '섹스 어필'의 한 수단이 됐다.
끊임없이 입술과 혀를 움직이는 '입술 에로티시즘'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요즘 들어 담배가 '또다른 마약'이라며 전세계적인 금연운동이 벌어지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금연운동의 선구자는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였다.
나치는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고 대대적인 금연 캠페인을 벌였다.
이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입지는 극히 좁다.
오랫동안 일상생활에서 선택의 대상이었던 담배가 의학적 판단의 대상으로 전락한 탓이다.
소설 '손해사정인'으로 유명한 저자 이언 게이틀리는 담배에 대해 그리 적대적이지 않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몸에 해롭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삼가는게 옳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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