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 참사-가슴 저미는 추모의 글들

지금, 하늘도 그대들의 슬픔을 아는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빗물과 함께 그대들의 마지막 숨결도 점점 흩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일신문은 '추모 게시판'을 통해서나마 먼저 가신 이들과 남겨진 유가족이 겪는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유가족과 친지·이웃 그리고 대구시민 여러분, 떠나간 이들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의 글을 사진과 함께 기다립니다.

FAX 255-8902 lala@imaeil.com 문의:문화부 251-1740

---아들에게

'종석아 뼈라도 만져볼 수 있다면'.

이제 꽃피는 5월이 되면 교생실습을 나간다고 하더니. 연약한 여자들도 살아나왔는데 건장한 네가 왜 소식이 없느냐. 너의 사진을 들고 벌써 3일째 사고현장과 병원, 시민회관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너를 봤다는 사람이 없구나. 아들아,. 다들 네가 죽었다고 하지만 또 이 아비도 네가 죽었을 거라는 생각이 간혹 스치지만 나는 너를 놓을 수 없다.

살아있을 확률이 0.1%가 되지 않더라도 이 아비는 계속 너를 찾아야 한다.

친구들 말로는 종식이 넌 항상 6호차만 탔다고 하더구나. 왜 하필 불구덩이 속에서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던 6호차를.

지난 구정 너를 본게 마지막이구나. 함께 목욕하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며칠전 무주 훈련장에서 안부 전화를 했던 너의 목소리가 아직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구나.

자식잃은 심정을 뭐라고 말할 수 있겠니. 차라리 내가 먼저 죽는게 나을텐데. 싱싱한 너를 열차와 함께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 놓은게 누구냐. 다시는 이런 사고가 대한민국에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아들아. 지하철에 탄 너를 본 사람이 있다면 넋놓고 실컷 울어나 볼텐데….

-실종된 아들을 찾는 김대율씨(부산시 남구 대연동)-

---친구종석에게

코끝이 찡해온다.

우리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란 걸 꿈엔들 알았을까? 온통 TV에서는 너희들의 얘기를 떠들고 있는데… .

너희들을 찾으며 보낸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초조하고, 몸만이라도 찾을 수 있어 부모님과 우리들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

종석이에겐 좀 더 살갑고, 친구로서 많이 도와주지 못한 것이 죄스럽고… . 못다한 말들이 계속 입안에 구른다.

가슴만 타는구나… . 군대간 친구들이 휴가 나오면 뭐라고 해야하나… . 네가 많이 보고싶어했잖아… .

가장 믿음직스러운 동민이. 넌 종석이와 택수, 민휘 모두 하나하나 잘 챙겨주구… .

우린 선후배라는 관계로 만났기에 "친구야"라는 말 한마디 못해 준게 마음에 많이 걸린다.

미안해… .

택수와 민휘는 그리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개강해서 기숙사 들어가면 같이 공부하기로 했었는데 유난히도 착하고 형들 말을 잘 들어서 정말 예쁜 후배였는데 너무나 안타깝구나… .

너희들 모두 절대 떨어지지 말고 같이 다니고, 아프거나 상처받지 말고 정말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기도할게… . 우리 함께 했던 추억들은 꼭 고이 간직하고, 서로 부끄러운 눈물 보이지 않기로 하자! 화이팅!

-대구 가톨릭대 체육과 친구들이-

---미영에게

한 사람의 그릇된 행동으로 미영아, 네가 가버렸구나.

어느 생명인들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미래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다함께 입학 선서를 한 기억이 이리도 생생한데 다시는 네 얼굴을 볼 수 없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너는 그 꿈을 펴보지도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버렸구나. 아무리 누구를 원망해봐도 너는 돌아오지 않겠지만 차마 보내고 싶지 않아 너를 다시 부른다.

미영아.

-경북예술고등학교 2학년 김영경양이 친구에게-

---제자 정경에게

봄날 피어나는 꽃같은 정경아!

영원한 곳으로 가는 너를 생각할 때 머리는 텅 비어가고 말문이 닫힌다.

이 쓰라린 아픔은 살아남은 자의 잘못과 무관심에서 온 것이어서 더욱 할 말을 잃게 하는 구나.

그토록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기 좋아하던 정경아.

더 이상 겨울의 찬 바람이나 여름의 폭염이 없는 곳, 더 이상 외로움과 슬픔, 두려움이 없는 하늘나라에서 너의 영롱한 꿈을 노래하려무나.

영원한 생명과 기쁨만이 있는 그 곳에서 앞서간 성도들과 천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려무나.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를….

-계명대 음대 이영기 교수가 제자 장정경에게-

---조용운 세무사님께

참으로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습니다.

대구지하철화재 참사로 아까운 사람들이 많이 희생되어 안타까운 마음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는데, 늘 가까이 계시던 당신께서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니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습니다.

아직 50대 초반으로서 세무사로서 뿐만 아니라 이웃을 위하여, 사회를 위하여, 또한 섬기는 교회를 위하여 이제 한창 일하실 아까운 나이에 이렇게 우리들과 작별을 하게 되다니 너무나 아쉽고 섭섭하기가 이를 때가 없습니다.

이제 당신의 육신은 우리곁에서 떠나갔지만 당신과의 아름다웠던 많은 일들은 우리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 우리와 함께 있을 것입니다.

-세무사 최재인씨가 사랑하는 동료를 추모하며-

---먼저 간 며느리에게

너무나 허망하다.

아침 잘 먹고 잘 다녀오겠노라며 활달하게 인사하고 집을 나간 네가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모습이 될 줄이야.

혼자서 수미 난영 동규 세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하던 네 모습이 눈앞에 선하구나. 이제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지 두렵기만 하구나.

너는 성격이 털털하고 활발했었지. 내가 가끔 죽은 아들 생각을 하며 눈물을 흘리면 "아이들 보는데서 약한 모습을 보여서 어떡하겠느냐"고 책망할 정도로 꿋꿋하게 살아왔는데….

지난해 1월 아들이 세상을 떠난후 "어머님 우리 같이 살아요"하는 연락이 왔을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젊은 사람이 대구에서 살다가 농촌에 있으려면 답답하고 쉽지 않은 일인데도 시골에서 함께 살자고 했을 때는 너무나 기특했단다.

네가 지난해 급식보조요원으로 취직해 할부로 마티즈 승용차를 뽑아 아침 출근길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아직도 네차는 안심 지하철역에 그대로 세워져 있는데…. 학원비가 아깝다며 요리학원에 가던 길이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이야.

집에 돌아와 내게 그날 일어난 일을 전해주며 한바탕 수다를 떨어야 직성이 풀리던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구나.

너는 아이들을 남에게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키우려고 노력했었지. 너는 저 세상으로 갔지만 아이들은 네 못지않게 내가 잘 키워주마.

-시어머니 황정자(60·영천시 화남면)씨가 어린 3남매를 남기고 실종된 며느리 박정순(32)을 생각하며....

---엄마에게

엄마가 보고싶고 아주 섭섭하고. 엄마를 만나면 말도 잘 듣고 심부름도 잘하고 그러고 싶어요. 엄마를 만날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거예요. 엄마 하라는 것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우리 엄마 보고 싶어요. 우리 엄마 하늘로 보낸 사람 없었으면 좋겠어요.

-큰딸 엄수미(지곡초교 1년)가 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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