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가 터진 뒤 여러가지 말들이 시중에 오갔다.
그 중에는 대구시 관계자로부터 내뱉어져 사태를 악화시켰던 것도 있다.
▨"나도 바쁜 사람이야"
지난달 19일 오전 조해녕 대구시장은 시청 2층 시장실 앞에서 조속한 사고 수습을 요구하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큰소리를 쳤다가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조 시장은 실종자 가족들이 "지하철역 폐쇄회로 TV(CCTV)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자 "나도 바쁜 사람이야"라고 고함을 질러 유족들을 격분케 했다.
▨"왜 소리를 지르고 소란 피우느냐"
지난달 25일 새벽 2시쯤 사고 수습대책본부 유족대책반장으로 당번 근무 중이던 대구시 김돈희 도시건설국장이 만취 상태로 실종자 가족들과 싸움을 벌여 한 시간 동안 대책본부 업무가 마비됐다.
이날 소동은 실종자 가족들이 대책본부에 찾아가 "중앙로에서 화재 발생 신고가 접수됐는데 뭐하느냐"고 항의하면서 시작됐다고. 이에 김 국장은 "왜 소리를 지르고 소란을 피우느냐"고 고함을 질렀고, 가족들은 "지금이 어느 상황인데 술을 마시고 행패냐"며 분노했다.
김 국장은 지하철본부장으로 있던 중 신남네거리 붕괴사고로 직위해제됐다가 차후 견책조치 됐었다.
▨"복구작업 하나는 일사천리"
사건 다음날인 지난달 19일 중앙로역 일대에서 대대적인 청소가 벌어져 현장 잔재물들이 말끔히 치워졌다.
이에 실종자가족들은 "시신 수습을 완벽히 다 해놓고 물청소를 한다더니 과연 이것이 제대로 된 현장 수습이냐"고 성토했다.
전동차 2대도 같은 날 월배차량기지로 옮겨졌으며, 21일에는 중앙로역의 건축 마감재가 철거되고 모터카로 중앙로역에서부터 안심 차량기지까지의 사건 잔재물이 모두 치워지는 등 복구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안심 차량기지 구내에 야적된 지하철 화재 잔해물 더미에서 이번 참사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신체 조각 일부가 지난달 25일 발견됨으로써 상황이 돌이킬 수 없게 악화됐다.
유해 수습과 사고 현장 정리가 졸속으로 이뤄졌음이 사실로 확인돼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분노를 샀다.
▨"조 시장은 물러가라"
악재가 겹친 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대책 본부장인 조해녕 시장에게 "사고를 수습할 책임감과 능력이 없다"며 "즉각 사퇴하고 실정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수습대책본부가 초기 수습 과정에서 유골이 실린 전동차를 함부로 이송하고 대구시장은 수습 경위를 설명할 때마다 말을 바꾸는 등 사태의 은폐·축소 의혹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마! 사방이 불바다예요, 빨리 구해주세요"
"여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요, 애들이 보고 싶어요!"
지난달 18일 오전 9시55분 전후 대구 지하철 방화 대참사 현장에서는 사랑하는 남편·엄마·아빠를 애타게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휴대전화로 가족들에게 숨가쁘게 전달됐다.
희생자들은 자신을 구해 달라거나 더 이상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애절한 이야기로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대구지하철은 지옥철인가 지악철인가"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하자 1995년 상인동 지하철 폭발사건을 떠올린 대구 시민들은 "대구와 지하철이 도대체 무슨 악연이길래 대형 사고가 자꾸 생기느냐"며 "대구 지하철은 지옥철인가 지악철인가"라고 한탄했다.
1995년 4월28일 오전 상인동 공사장에서는 출근길 직장인과 등교길 학생 등 101명이 사망하고 101명이 부상했다.
1992년 1월16일엔 6공구에서 지지대 붕괴로 1명이 부상했고 1995년 8월5일에는 12공구에서 폭약 폭발로 4명이 숨지거나 중경상을 입었다.
지하철 2호선도 예외가 아니어서 2002년 1월22일에는 신남네거리 복공판 붕괴로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가 지하로 추락,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역시 대구 지하철"
역대 세계최악의 지하철 화재 사건 3위권에 대구지하철 사건이 2개나 포함되자 시민들은 불안감 못잖게 부끄러움을 호소했다.
이번 참사는 1995년 289명의 사망자를 낸 아제르바이젠 바쿠 화재 사건에 이은 2위의 대참사였다.
상인동 사고는 3위.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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