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 왕실, 여성 왕위계승법 비밀 추진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이 여성의 왕위 계승을 허용토록 하는 혁신적인 법률 개정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더타임스'지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궁내청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성 후계자 부족 사태로 일본 왕실은 향후 아이코(愛子.1) 왕손이 나루히토((悳仁.43) 왕세자를 계승하게 될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만약 왕세자 부부가 향후 몇년내로 아들을 낳지 못하면 여성도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정식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루히토 왕세자와 마사코(雅子.39) 왕세자비 사이에서 8년만에 어렵게 태어난 아이코 왕손이 왕위에 오르면 현 일본왕조 역사 250년만에 최초의 여왕이 된다.

일본 왕실은 그러나 이같은 문제 제기가 왕실의 어떠한 변화에도 반대하는 극우 세력과 왕실을 전시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보는 좌파 세력간의 대립을 유발하는 등 일왕조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궁내청 관리는 "이것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로 우리는 여왕 승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7년전에 여왕 통치를 허용하도록 왕실 승계법을 개정한 네덜란드와 벨기에, 덴마크의 사례에 대한 조사차 왕실 특사를 파견한 적 있다.

또 일본의 첫 근대 헌법 형성기인 1889년과 2차 대전 직후에도 여왕 추대의 가능성이 논의됐었다.

만약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되면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재위 15년간 추진해 온 왕실 현대화 작업의 성과를 뚜렷이 보여주는 동시에 정치와 학문, 경제 등 사회 전반에서 여성 지위 향상의 상징적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신종합=여칠회기자 chilho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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