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창의력의 시대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은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포연이 가득한 전쟁터에서도 그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한다.

유럽 전역에서 승승장구하던 전략전술은 대부분 그가 애독한 로마 시대의 역사서에서 끌어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진 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어냈던 거스 히딩크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의 가방에는 언제나 책들로 가득했다.

새로운 작전과 인터뷰 때마다 사람들을 감동시킨 시적인 수사들이 결코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독서의 힘은 더구나 한 개인의 역량을 고양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개인이 소속된 조직의 능력을 업그레이드시키고, 그 조직과 결속돼 나라의 힘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오늘날의 지식정보화 시대에 그 중요성이 증폭되고,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과정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건 창의력과 창의성이 경쟁력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부 잘 하는 고교생은 평소 신문이나 책을 자주 읽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비판력을 기른 경우였다 한다.

지난해 고교생 모의고사를 치른 학생의 상위 10% 가운데 35.1%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문을 읽었으며, 32.4%는 한 달에 3권 이상의 책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과 책 읽기는 지식과 상식뿐 아니라 종합적 사고력과 비판력, 글 쓰기 능력까지 키우게 돼 결과적으로 공부를 잘 하는 비결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그런가 하면,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일수록 과외나 학원 수업보다는 혼자 공부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역시 상위 10%의 학생 가운데 무려 73.7%는 혼자 공부할 때(집 43%, 도서관 30.7%)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학원이나 과외 수업이 더 효과적이었다고 응답한 경우는 14.5%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주요 공식과 핵심 위주의 공부보다는 스스로 기본 원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얻는 능력 키우기가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사정은 자율을 중시하는 대학 공부에 그대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율적으로 공부한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대학의 바뀐 학습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반대인 학생들은 학업 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지방 출신들이 사교육 의존이 심한 대도시 학생들보다 대학 생활에 더 잘 적응한다는 점도 이를 말해준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는 대단한 '공부의 나라'다.

하지만 여전히 암기와 찍기로 치닫고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떠올려보면 답답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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