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가계 빚 급증, 붕괴되는 '信用사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아시아 금융관련 특집에서 "97년 금융위기를 극복했지만 악성 부채가 다시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가 부채, 지자체 부채, 가계 부채 등 소위 '3대 부채'가 전방위에서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계 부채 급증은 경기 침체(沈滯)의 도화선 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439조원으로 이는 가구당 평균 2천915만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001년 말 대비 28.5%나 증가했으니 지난해 가계 살림살이가 얼마나 '거품'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빚 비율도 75%에 달해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생산성과 부가가치, 투자 등 긍정적인 부문에서는 족탈불급이면서 그늘진 부문에서는 벌써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니 우리 경제의 미숙도(未熟度)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가계빚 급증은 저금리에다 주택담보 대출이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 남발이 이를 부채질했다.

저금리 기조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지난해 부동산 가격 급등은 국민을 투기장으로 내몰았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는 자산 가치가 갑자기 높아진데다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으니 빚을 내 투기하는 것이 상례화됐다.

여기에 '일단 쓰고 보자'는 소비 심리마저 팽배, 빚더미에 올라앉은 가계는 대부분 문제 해결 능력을 잃고 있다.

지난해 개인워크아웃을 실시했지만 현재까지 심의가 완료된 것은 400여건에 불과하다.

금융기관들조차도 이 정책에 소극적인 것으로 밝혀져 문제를 더욱 어렵게하고 있다.

가계 빚 증가의 근본 원인은 경기 부양만을 앞세워 경제의 펀더멘털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이런 단기 정책의 한계와 부작용을 직시하고 '신용사회'가 뿌리내릴 수 있는 장기적 전략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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