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고수습대책본부 평가 '시정 공백'넘어 '신뢰 공백'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이 11일로서 발생 3주일이 지났다.

사고가 나자 대구시는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현장 훼손 등 어이없는 실수를 거듭하며 피해자 가족은 물론이고 시민 신뢰도 잃었다. 특히 지난 1일 정부의 중앙특별지원단이 대구에 내려 온 뒤부터는 일선에서 밀려난 '후선 지원반'으로 사실상 전락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지난 3주 동안 대구시 사고수습대책본부의 활동 상황과 위상 등을 점검해 본다.

◇어떻게 구성돼 있나?=대구시는 사고 당일인 지난달 18일 조해녕 시장을 본부장으로, 김기옥 행정부시장을 상황실장으로 하는 사고처리 종합상황실을 본청에 설치했다. 또 7개 대책반을 지하철공사 및 현장 등에 가동하고 사고 현장 인근인 우리은행 대구경북본부 3층 강당에 임시 상황실을 마련했다. 그러나 사고 희생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자 이날 밤 10시 종합상황실을 사고수습대책본부로 격상하고 장소도 대구시청에서 시민회관으로 옮겼다.

시의 이같은 조치는 '재난발생 즉시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은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사망자 및 실종자 신원파악, 사망자 및 실종자 보상금.성금 지급, 기타 사망자 및 실종자에 대한 업무 전반 등을 맡도록 돼 있는' 행정자치부 재난관리규정에 따른 것. 시는 지난달 21일 총괄지원반.수습대책반.대외협력반.부상자대책반.유족대책반.실종자확인지원반.공보반.안내반 등 모두 8개반(123명)으로 사고수습대책본부를 확대 개편했다. 지난달 28일 피해자 가족지원반 신설되면서 지금은 9개반이 운영되고 있다.

◇왜 불신받나?=사고수습대책본부는 사고 희생자와 부상자 파악에 나서는 한편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세부 추진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시민회관에 상황실과 합동분향소, 유가족 대기실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책본부의 안일한 대응은 크나큰 불신을 불렀다.

사고 전동차를 섣불리 옮기는 등 현장을 보존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한 실종자 가족은 "대구시가 이번 참사를 피해 규모가 큰 교통사고 정도로 여기는 느낌이 들었다"며, "특히 대구시 간부들은 민선시장 뒤에 숨어 화살만 피하려는 듯했다"고 분개했다. 그 와중에 대책본부의 한 간부가 술에 취해 실종자 가족들에게 주정을 부리는 악재마저 터졌다.

급기야 지난달 26일 실종자 대책위원회는 "조 시장이 축소.은폐로 사건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 대책본부와는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며 협상 채널을 끊어버렸다. 윤석기 위원장은 "대책본부는 현장훼손뿐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며 대통령 직속의 새 사고대책본부의 구성을 촉구했다.

대구시 사고수습대책본부에 대한 불신은 지난달 25일 안심차량기지에 쌓아둔 유류품 포대에서 유해 조각 등 실종자 신원 확인에 결정적인 단서들이 발견되면서 증폭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관계기관들의 사후 일처리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엉터리임이 드러났다"며 대책본부장인 조 시장의 퇴진과 처벌을 주장했다.

◇시정 공백까지=사고 초기 대구시 청사에 3분의 1 인원만 근무케 하고 3분의 2를 대책본부에 격일제로 투입하는 등 가용 인력을 총동원하면서까지 대구시는 수습에 매달렸지만 돌아 온 것은 적지 않은 시정 공백 상태다. 사고 3주가 지난 지금 대책본부에 파견된 공무원 수는 시 본청 전체 직원(1천82명)의 10%인 107명선으로 줄어들었다. 숫적으로는 많다 할 수 없지만 국장.과장 등 간부들이 대책본부에 많아 결재 라인이 상당 부분 막힌 상태이다.

더구나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역에서 일어난 사고를 수습하지 못해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짐에 따라 시정 능력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는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대구시 한 공무원은 "어디가서 시 공무원이라고 밝히기가 꺼려진다"면서 "하루 빨리 사태가 수습됐으면 하고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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