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허울뿐인 '비상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구지하철 기관사 및 사령실 등 공사 직원들이 임무별로 해야 할 대응수칙이 따로 있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구지하철공사는 이같은 대응수칙을 만들어 놓고도 직원들에게 한번도 교육시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지하철참사 수사본부가 압수한 대구지하철공사의 '이례적 상황 발생시 여객안내 및 대처 요령'은 각종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관사와 종합사령실 직원, 역무원 등이 취해야 할 대응 수칙과 보고체계 등이 상세히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기관사 및 사령실 직원들은 화재 발생을 안 뒤 10분 이내에 대피방송을 하고 개표구를 완전 개방해 승객을 대피시키도록 규정돼 있지만 종합사령실은 지난달 18일 오전 9시55분쯤 중앙로역에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알고도 승객들에게 대피 방송을 하지 않았다.

반면 사령실은 화재 발생 사실을 안 지 13분이 지난 이날 오전 10시8분쯤 기관사들에게는 무선연락망을 통해 승객대피를 지시했다.

또한 대응수칙에는 화재 발생시 대구시 교통국 및 119종합사령실에 이를 알리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사령실 운전사령은 이를 이행치 않았다.

실제로 이날 119종합사령실엔 피해자와 목격자들이 화재 발생 신고를 먼저 했다.

중앙로역 역무원 역시 불이 난 사실을 뒤늦게 알고도 역내에 화재 발생과 대피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고 승객 대피를 위해 개표구도 개방하지 않았다.

이밖에 전력계통 운영규정에 의하면 전력사령들이 자동급전 이후 1차례 수동급전이 실패하면 사고 구간을 완전 단전시키고 운전사령이나 기관사에게 이 사실을 알린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도 급전을 계속 시도하는 오류를 범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대구지하철공사는 대외 과시용으로 대응수칙을 만들었을 뿐 직원들을 상대로 한번도 교육하지 않았다"며 "직원들이 대응수칙대로 화재에 대응했다면 피해 규모가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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