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참사' 관련 여·야 미묘한 입장차이

대구 지하철 참사와 관련, 정치권의 접근 방식에 있어서 여야의 태도가 대조적이다. 여론을 의식, 참사 직후보다는 열흘쯤이 지나서야 활기를 띠기 시작한 정치권의 움직임은 공교롭게도 여야가 '역할분담'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참사를 바라보는 인식과 대응방식의 무게중심을 두는 데 있어서 다소 차이가 난다.

가칭 '한국지하철공사' 설립 추진과 여야정협의체 구성 등 의견 일치를 보이는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한나라당이 수습과 상처 치유에 치중하고 있다면 민주당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쪽에 약간 무게를 더 싣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당인 민주당보다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며 유가족 상담, 자원봉사 활동, 대정부 요구조건 전달, 피해보상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들끓는 여론에는 쉽게 동조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조해녕 대구시장이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또 한나라당 인사들이 지금껏 대구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인사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한나라당의 행보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조 시장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민주당의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대구시당국의 책임 추궁보다는 사고의 근본원인을 부실한 지하철 재정에 두고 정부책임론을 거론, 지하철공사 설립 주장을 공론화시키는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때처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 채 얼버무리는 식이 돼서는 안된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사고수습과 피해보상에서 시민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서운함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진상규명과 책임추궁 및 관련자 처벌이라는, 한나라당이 공개적으로 들고 나서지 못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가파른 공세는 주목할 만하다.

분위기가 조기 수습과 피해보상 등으로 기울어질 기미가 보이던 이달 초 민주당은 경찰과 검찰의 참사 현장보존 부실의 책임에 대한 조사단을 파견, 검경의 부실 대처와 능력부재를 강하게 질타했다. 조사단은 수사의 주체를 대구지검에서 대검찰청으로 바꿔서라도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4일 당무회의에서도 진상과 책임소재 규명, 처벌 등의 필요성이 건의되기도 했다. 이들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소재 규명없는 수습은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 덮는 것과 같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민주당이 대구사회의 주류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거침없는 주장이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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