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좁은 골목에 웬 가로수

"가뜩이나 골목길 통행난이 심한데 길가에 늘어선 은행나무 때문에 더욱 길이 좁아진데다 구청도 손을 놓아 불편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대구 평리2동에서 35년간 살았다는 조중기(62·건축업)씨는 서구청이 동네 소방도로에 심은 은행나무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하소연했다.

19일 오후 3시쯤 평리2동사무소 옆 주택가. 1km 가량 곧게 뻗은 8m폭 소방도로에 은행나무 30여 그루가 줄을 지어 서 있다.

도로 한편은 주차구역이어서 차들로 메워져 있었고, 맞은편엔 승용차·트럭들이 보도블럭을 따라 서 있는 은행나무를 피해 군데군데 도로 중심 가까이까지 침범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8m폭의 소방도로는 절반으로 줄어 차들의 교행이 어려워 보였다.

"출·퇴근때는 차들이 엉켜 지나는데 30여분이 걸릴 때 있습니다.

은행나무만 없다면 이렇게 통행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문제의 은행나무는 지난 1984년 '푸른 대구가꾸기' 사업의 하나로 도심 곳곳에 심겨졌다.

당시 서구청이 녹지공간 확보를 위해 차도 뿐만이 아니라 동네 골목길에까지 빽빽이 심었다.

그러나 20여년 가까이 지나 골목길 통행량이 폭증하면서 통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나무가 도로변 집 대문을 가로막거나, 은행나무 가지들이 유리창이나 전신주 위로 삐죽이 솟아 있었다.

주민들은 "직접 가지를 치거나, 낙엽을 치운다"며 "한여름 태풍 때는 부러진 가지가 건물에 손상을 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구청측은 그러나 "은행나무를 탓할 것이 아니라 불법 이면주차가 문제"라며 뽑을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대구시내 대다수 골목길에도 푸른 대구가꾸기 일환으로 은행나무·백합수 등의 나무들이 심겨져 있는데 유독 서구만 없앨 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주민들은 "골목길에 심어진 가로수는 주차 현실이나 골목길 교통량이 폭증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해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북대 조경학과 박인환 교수는 "은행나무는 성장이 빠른 속성수이고 15m까지 자라는 특성이 있다"며 "또한 뿌리가 강해 시멘트를 부수거나 잔가지가 뻗어가는 경우가 많아 사후관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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