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 명분은 '미국에 대한 위협'이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그 무기들을 테러집단에 넘겨 9·11 테러보다 더 악랄한 공격을 일으키거나 일으키게 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후세인을 제거하고 대량살상무기를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와 중동지역의 평화를 확보하고 이라크인들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그동안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지구촌 경찰역'을 자임하고 세계 도처의 각종 문제들에 대해 직간접으로 간섭하고 개입해왔다.
그 명분은 하나같이 '세계 평화와 인권' 내지는 '지역의 안정'이었다.
그런 수사를 이번 이라크 공격에서도 구사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이라크 공격의 목적이 '미국에 대한 위협'제거에 있음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美 안보위협 사전제거
9·11 테러와 같은 무참한 피해를 다시 당할 수 없다는 의지와, 당하고는 절대 가만있지 않는다는 경고를 전세계에 보내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미국에 대한 위협'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전략을 깔고 있다.
건국 이후 최초의 본토 피습이자 뉴욕 심장부가 사실상 궤멸당한 9·11 테러는 미국인들에겐 미증유의 경악과 전율이었다.
그 상처와 충격은 알 카에다 박멸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아프간 전쟁의 승리만으로 상쇄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부시대통령은 지난해 연두연설에서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전쟁의 해'선언과 함께 새로운 전쟁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9월 의회에 제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이른바 부시독트린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안보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온 '억제 정책'대신 '선제공격 정책'을 내세웠다.
테러세력의 본거지와 테러 지원세력에 대한 사전 예방차원의 선제공격을 가하고, 현실의 위협이 아닌 장래의 위협에 대해서도 미국 독자적 판단에 따라 '예방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국의 완전한 안보를 도모하는데 방해가 된다면 유엔 안보리도 필요없다는 논리다.
그런 미국을 막을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라크가 미국의 침공은 매장량 세계 2위인 자국의 막대한 석유자원을 확보하고 중동 지역을 장악하기 위한 패권전략일뿐이라고 맹렬히 저항했지만,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여타 강대국들도 미국의 패권주의 야심을 경계하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해 왔지만, 무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달라졌다고 한다.
테러에 대한 공포와 분노가 9·11 이전의 미국과 이후의 미국을 다른 나라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달라진 미국이 이라크전을 끝낸후 또다른 '악의 축'으로 찍은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북핵문제는 이라크전 이후 미국이 맞딱뜨릴 최대 현안이고 한반도의 명운과 동북아 국제질서를 뒤흔들 엄청난 파괴력으로 다가올 우리의 현안이다.
북핵 문제 현안 불가피
북한은 그동안 핵문제를 야기하며 끈질기게 북미 양자협상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북핵문제는 한반도 주변 국가들간의 다자간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지역문제'로 치부하면서 사실상 방치상태로 두고 있다.
이라크전쟁에 주력하기 위한 시간벌기 전술이 담겨있다.
북핵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된지 한달이 넘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북한에게 남은 카드는 별로 없는것 같다.
지난 1월 NPT 탈퇴 선언을 시작으로 IAEA 탈퇴, 폐연료봉 이송, 영변 원자로 재가동, 2차례 미사일 시험발사, 미 정찰기 요격 시도 등 일련의 강경수순을 밟아왔는데 이런 수순대로라면 핵무기 제조를 뜻하는 폐연료봉 재처리에 착수하는 일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정전협정 무력화 그리고 무력도발 등 몇가지 대단히 민감한 카드들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것은 사실상 전쟁불사 카드다.
북한의 행태를 잘 아는 미국은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라는 마지막 카드를 쓸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그럴 경우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이 북핵 위협을 체감하고 북핵 압박을 위한 다자간 협의에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미국은 자신의 테이블위에 있는 어떤 선택을 하든 부담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 주한미군 한강이남 이전과 철군 수용 의사를 표명한 것도 그런 전략의 연장선에 닿아있지는 않은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이라크 전쟁 기간 북한의 동태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한편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의 한반도 전략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심각하게 지켜봐야한다.
우리 정부와 국민의 슬기와 용기가 참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미국의 거침없는 일방주의와 북한의 끝없는 강성 모험주의가 맞부딪치는 자리는 다름아닌 한반도이고 우리는 피할수 없는 당자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라크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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