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거리는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곧이어 폭음이 터지고 죽음의 공포가 엄습한다.
지금 바그다드 시내는 이같은 삶과 죽음의 순간들이 교차하면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한차례 폭격이 휩쓸고 가면 언제 그랬더냐는 듯 어린이들은 빈 공터에 몰려나와 공차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린이들도 자기부모가 죽어나가고 다정하던 친구가 부상당해 병원으로 옮겨지면 전쟁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실감하기 시작한다.
▲"제가 여러분들이 죽이려는 아이입니다". 한 13세 소녀의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는 이 '평화의 에세이'는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 반전횃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일요일에는 뉴욕에서만 10만명 등 전 세계에서 수백만명이 반전시위에 가담했다.
우리나라서도 각계 각층, 단체에서 반전시위를 벌였으며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여야의원들도 40여명으로 늘어 파병결의안의 표결 결과도 주목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마이클 무어감독이 "미스터 부시, 부끄러운줄 알라"고 경고 하는 등 반미목청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
▲편지의 주인공은 미 메인주 커닝햄 중학교에 다니는 샬롯 앨더브론. 앨더브론은 지난주 커닝햄시의 한 반전행사에 참석해 이라크에 남아 '전쟁의 공포'에 떨고 있는 친구들의 고통을 호소했다.
앨더브론은 "운이 좋다면 스마트 폭탄에 맞아 그 자리서 죽을 것이고 운이 없으면 열화 우라늄탄으로 악성 림프종에 걸려 죽음의 병실에서 서서히 죽어 가거나 모래파리가 장기를 갉아먹어도 약조차 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앨더브론은 "이 아이들이 바로 여러분들의 아이들이거나 조카나 이웃 아이들이라고 생각해보라"며 "부시는 TV에서 아이들이 죽는걸 보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 했다.
그리고 이라크에 살고 있는 2천400만명의 인구중 절반이상이 15세 미만의 어린이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를 때 혼란스럽다"며 죄없는 아이들이 전쟁의 결과 때문에 이유없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음을 구구 절절 호소했다.
▲어린이는 천사다.
하얀 백지같은 순수함에 전쟁의 얼룩으로 물들게 함은 죄악이다.
소녀의 눈물어린 호소는 지금 전세계 성인들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앨더브론은 당초 이라크 소녀로 알려졌지만 순수 미국 소녀로 밝혀졌다.
그 소녀가 이라크인이든 미국인이든 무슨 문제가 있는가. 부시 대통령의 차디찬 가슴에 이 메시지가 전해져 전쟁의 참화를 최소화 해준다면 그 호소는 정말 값진 것이다.
부시는 이라크와의 전쟁외에 '반전과의 전쟁'도 동시에 수행해야할 판이다.
도기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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