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성진칼럼-검찰인사 이후

퇴임하는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검사장급 이상의 검찰간부 13명이 거의 동시에 옷을 벗는 사상 유례가 드문 인사파동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에 이은 인사조치 이후로 잠잠해진 느낌이다.

신, 구 대구지방검찰청의 검사장이 모두 사표를 내고 부산고등검찰청은 열흘 가까운 기간 동안 검사장과 차장검사가 한꺼번에 공석이 되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법치질서의 유지와 국민의 인권옹호를 책임져야 할 검찰이 인사문제로 이와같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도 과연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 걱정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였으리라고 짐작된다.

검찰개혁을 위한 일단계 조치라는 알려진 명분 이외의 다른 사정은 정말 없는 것일까. 이렇게 되면 앞으로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 문제는 또 다시 대두되지 않게 되는가. 인사권자와 검찰은 이번 사태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며 장차의 과제는 무엇인가 등의 문제도 이 기회에 한번쯤은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으로 믿는다.

사실 검찰간부의 물갈이 인사는 과거에도 혁명적 상황이나 정권 교체기에 여러번 시험된 적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법무부의 문민화란 이름 아래 검사출신이 아닌, 부장검사급의 법조경력을 가진 여성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여 법무부와 검찰을 분리시킨 가운데 검찰의 인사쇄신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 정도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검찰이 개혁의 대상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을 벌일 생각은 없다.

정치적으로 다소 오염되었거나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된 사건의 처리에 책임있는 검찰간부들을 솎아낸다는 명분에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 판단은 누가 했단 말인가. 만에 하나 인사적체에 초조감을 느낀 소장집단이 개혁을 빌미로 자신들이 사회의 중추세력으로 부상코자하는 잠재적 욕망을 충족시킨 한풀이적 성격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가 있는가. 검찰조직을 상하로 분열시켜 거악과의 투쟁전열 자체를 흐트러지게 할 위험성은 생각해보았는가. 진보성향의 단체를 중심으로 전문가 집단을 그들만의 잣대로 임의로 재단한 측면은 없었는가도 냉철히 자성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저연령화는 분명히 조직에 활력을 부여하는 순기능적 측면이 있는 반면, 인재의 조기 손실과 노소간 분열로 인한 위화감의 초래라고 하는 역기능적 측면도 없지 않음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는 터이다.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검찰자체에 인사권을 주느냐 법무부 장관에게 이를 유보하여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느냐의 문제도 결코 쉽게 해답을 낼 수 있는 성질은 아니라고 본다.

어느 쪽에 이를 부여하더라도 인사권을 갖는 쪽은 자신만이 선의이고 당연히 이를 공정하게 행사한다는 전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권자가 아무리 검찰권 행사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연고를 따져 인사를 하는 전직 대통령들과 같은 행태를 답습한다면 결국은 검사들로 하여금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결과가 되고 말 것임은 자명한 이치이다.

이제 문제는 분명해졌다고 볼 수가 있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은 이번 인사를 끝으로 검찰총장 이하 검찰간부들을 스스로가 알거나 측근 사람들로부터 추천받은 사람들로 보임하겠다는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져야 한다.

검찰내부는 물론 법조계와 시민의 여론을 광범하게 반영할 수 있는 인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거기서 투명하게 추대하고 심의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확고한 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역사의 흐름을 따라 수많은 선배간부들을 자의, 타의로 떠나 보낸 검찰도 이제야말로 바로서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시점에 있다.

당신들의 인사권자인 대통령도 앞으로 검찰에는 결코 신세지지 않을 것이며 아무런 거래도 하지 않겠다고 이미 공언하지 않았는가.

무엇을 두려워할 것인가. 법치국가원리의 대변인으로, 인권옹호의 파수꾼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자로서 공익을 위한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또 다져야만 한다.

인사권자나 정치세력에 영합하지 않는 의연하고도 고결한 법률선비 또는 법률지사(志士)로서의 참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줄 때, '검사스럽다'는 표현은 말 그대로 정의의 실현자에 대한 최대의 찬사이자 젊은이들의 선망(羨望)으로 다시 바뀔 수도 있음을 이제부터라도 명심하여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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