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벽 기적소리를 듣고 싶다.
시골 역전 싸구려 여인숙에서
낡은 카시밀론 이불 밑에 발을 파묻고
밤새 안주도 없이 깡소주를 마시던
20대의 아, 그 바람소리 빗줄기를 다시 안아보고 싶다.
인생에 대하여, 혹은 문학에 대하여
내용조차 불분명하던
거대 담론으로 불을 밝히기라도 할 양이면
다음날 태양은 얼마나 찬란하게 우리를 축복하던가
이미 떠난 기차처럼 청춘은 가고
낯선 플랫폼에 덩그러니 선 나무처럼
아아 나는 오늘밤 슬픈 기적소리를 듣고 싶다.
김용락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 일부
젊은 시절 문학은 아침 이슬과 솔개의 하늘과 비 젖은 역사와 사막의 방황과 동의어였다.
그 에너지는 때로 슬프고 암울한 것이었지만 시라는 수평선이 빚어내는 황홀한 설렘과 맞닿아 있었다.
확실하지 않지만 역사적 거대 담론을 말하면서 밤을 지샌 순수한 시절이 비 젖은 기적소리와 함께 그리워지는 것이다.
싸구려 여인숙의 그 깡소주의 시간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정신의 황태자였다.
권기호(시인)


































댓글 많은 뉴스
주진우 "'암살자(들)' 메가박스 패륜굿즈 전량 폐기·사과하라, 안 하면 불매운동·홍정인 국감 출석"
李대통령 국정지지율 37.4%, 3주만에 하락…부정평가 59.8%
아시안게임 '군면제' 폐지 법안 추진될까?…축구·야구 특혜 논란, 비인기 종목엔 '생존 문제' [금주의 이슈]
"농지조사, 투기 잡겠다더니 도지만 잡나"…지방 농촌 '불똥' 우려
김상환 헌재소장 배우자 1031만원, 노태악 사례도 수천만원…'해외출장 배우자 동행 비용' 또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