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特補보단 소방관 한명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동지들을 대거 청와대특보를 시킬 생각을 갖고있다면서도 "안됩니다"고 막아선 참모가 아무도 없다면 그들은 대통령을 잘못 모시는 것이다.

오히려 인사보좌관실은 장관정책보좌관을 신설, 부처마다 2, 3명씩 무려 40여명을 채용하겠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언제 작은정부 만들겠다고 한 적 있나? '효율적 정부'라고 했지" "일 잘해보겠다는 건데 웬 걱정이냐"고 할지모르나 위인설관(爲人設官)의 비난, '관료 불신'의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굳이 없던걸 만들어야할 당위성이 도대체 뭔지선뜻 납득할 수가 없다.

여론정치를 표방한 청와대가 여론을 납득시킬 수 없다면 생각을 고쳐먹는 것이 옳다.

여론을 대변하는 많은 언론들의 비판을 고루한 것으로 치부한다면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고집'일 터이다.

이런 자리불리기 식 인사가 불가(不可)한 이유는 많다.

우선 '보좌관'들의 값어치가 떨어진다.

그들은 특별히 보좌할 전문성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보좌받을 조직에서 보좌관이 필요할만큼 문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해당조직에서 요구해야 한다.

정무특보·노동특보·문화특보, 그리고 앞으로 또 생겨날 특보들이 이런 점들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인가?

장외(場外)실세로 불리는 사람들이 자칫 비선(秘線)의 우려가 있어 공식직함을 주기로 했다는 설명은 참으로 감상적 해명이다.

주긴 줘야겠고 줄 자리는 마땅찮고, 그래서 새 직함을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이라면 그건 공식(公式)에서 이탈한 '스페셜'이다.

장관정책보좌관이라는 것도 그렇다.

"웬 옥상옥인가?"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도 없다.

단지 장관의 정책기획·집행 보좌를 위해 도입하겠다는 것인데, 기존 보고라인의 무력화, 관료직과의 마찰이 걱정된다는 소리부터 들린다.

이게 단순히 '철밥통'들의 거부반응인가? 그리고 이 제도가 각부처 실무진들이 이구동성으로 제기한 상향식 건의인가, 아니면 청와대의 하향식 지시인가? 책임내각제는 빈말인가? 마치 과거 정권들이 사람이 적어서 일 못하고, 일만 저질렀는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유는 더 있다.

이런 식의 고위직 증원은 대선(大選) 논공행상의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또 청와대는 늘리면서 정작 일을 해야할 각부처 실무공무원들의 증원은 안된다면 "나는 바담풍 너는 바람풍"의 논리가 되지 않겠는가? 지금, '특보'보다는 소방관 한명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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