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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대중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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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가 가치중립적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통계는 스스로 가치를 생산한다.

'지금 어느 영화에 관객이 많이 몰린다더라, 혹은 어느 제품이 제일 잘 팔린다'라는 통계 자체가 다시 관객과 고객을 더 끌어들이는 기제가 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언론에 발표되는 지지도 순위에 목숨을 거는 것도 바로 같은 이유 때문이다.

통계가 권력을 갖게 된 것이다.

'찍히면 끝이다'가 아니라 '찍혀야 산다'.

통계가 권력을 갖게 되는 이유는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확신은 불안한 개인을 낳고, 이 불안한 개인은 군중 속에 몸을 숨김으로써 불안을 해소하려 한다.

거기다가 '대중은 옳다'라는 명제를 온 사회가 추종하는 풍토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 미국의 대표적 지성파 감독인 우디 알랜의 "관객이 많이 든 나쁜 영화가 관객이 안 든 좋은 영화보다 훨씬 인정받는 분위기가 문제다"란 말은 영화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가치 전도를 함축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대중이 열광하는 것에 의문을 갖고 "과연 이 열광이 옳을까?"라는 조심스런 반론 제기조차 "감히 누가 우리를 가르치려 하느냐?"며 즉각적인 반격을 받는다.대중은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다.

미국 국민의 70% 이상이 부시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해서 이라크 침공이 옳은 것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스스로의 판단을 포기하고 대중 속으로 투항하는 것은 인격 자살을 의미한다.

인격 자살의 개인적 차원은 몰개성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것이 개인적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사회적 차원으로 발전하면 심각해진다.

'무슨 당이면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지역주의 투표 현상은 바로 인격 자살의 집단적 결과물이다.

남과 다른 나를 인식하는 것은 철학적으론 인격의 부활이고, 정치적으론 진보의 토대다.

나우필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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