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시장 젊은 장꾼들

서문시장에서 거상(巨商)의 꿈을 안고 미래를 개척해가는 '인터넷세대 상인'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젊은 상인들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색깔·패션감각을 키우고 서울 동대문시장이나 백화점을 방문해 최신 유행스타일, 디스플레이 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익히고 있다.

남보다 한발 앞선 감각으로 고객들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구입해오기 때문에 자연히 단골도 늘어나고 있는 편이다.

의류점이 대부분인 동산상가 1·2·3층의 경우 전체 600여곳의 가게주인 가운데 절반가량이 40대이하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가게수가 241개인 4지구 1층도 예전엔 주단·이불을 판매하는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몇년새 젊은층이 주로 운영하는 액세서리점이 40여곳으로 늘어났다.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키우고 상권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젊은 상인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찾아가 본다.

◇홈웨어점 '몰리' 주인 20대 김도희씨="재래시장에서 브랜드제품을 구입하는 20, 30대 마니아들도 있어요". 4지구 3층에서 여성실내용 원피스, 신발, 가방 등을 판매하고 있는 김씨는 이전에 직장생활을 6년정도 했다.

2년전 쥐꼬리 월급에다 지루한 일상을 탈피해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옷가게 점원으로 1년정도 일하면서 제품 구입, 고객에 대한 서비스 등 노하우를 배웠다.

이후 독립해서 2평짜리 가게를 직접 운영하면서 어려움도 많이 겪고 있지만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다.

하루종일 장사를 한 후 오후 5시 서울 동대문시장으로 물건을 구입하러 나서 다음날 오전 8시 대구에 도착, 다시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하는 당찬 여성이다.

새로 구입해온 물건이 날개돋친 듯 잘 팔릴땐 쌓인 피로가 봄눈 녹듯이 말끔히 사라진다고 한다.

그동안 인터넷과 온갖 잡지책을 샅샅이 뒤지며 익힌 패션감각이 손님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액세서리점 '꾸밈' 주인 30대 이재호씨="조그만 액세서리 하나라도 유행엔 가장 민감한 편이죠". 이씨는 캐릭터 완구, 가방, 휴대전화 줄 등의 최신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거의 매일 인터넷을 탐험하고 있다.

TV를 볼때도 우선 연예인들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연예인들의 액세서리 하나하나가 유행을 주도해나가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후 직장을 5년정도 다니던 이씨는 힘든 나날에 비해 월급이 적고 비전이 없는 생활을 접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수입이 늘고 젊을 때 털어먹어도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4지구 1층에 3평, 3.5평짜리 가게 2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직장생활때보다 수입이 훨씬 더 많은 편이다.

이씨는 1천여개의 다양한 액세서리 품목을 갖춘 남대문시장에 남들보다 자주 가는 편인데 절대로 외상구입은 하지 않는다.

판매상과 신뢰가 쌓일수록 품질좋은 물건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소품점 '소풍' 주인 30대 유숙경씨="싸게 판매한다고 해서 재래시장 제품의 품질이 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서문시장 상가의 제품질이 시중의 대형매장보다 낫다고 보는 유씨는 유행하는 제품을 남들보다 빨리 파악하는 것이 돈을 버는 비결이라고 얘기한다.

대학 졸업후 2년간의 유치원교사 생활을 거쳐 쇼핑몰서 4년간 장사를 해봤기 때문에 품질비교가 가능한 입장이다.

인터넷을 통해 타이즈, 모자, 양말 등의 패션과 디스플레이 감각을 익힌 뒤 매주 동대문시장이나 남대문 시장을 찾아 세련된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직장생활에 비해 시간에 얽매이는 부분이 적어 자유롭다는 유씨는 무엇보다 일한 만큼 대가가 주어질 때 가게경영에 대한 보람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이불점 '규수방' 주인 30대 김영옥씨="이불도 고객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맞춤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예비신랑신부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김씨는 침대사용이 늘어나 예전처럼 많이 구입하는 고객이 줄어들었지만 요즘 신세대들도 결혼할 때 '원앙금침' 등 전통이불을 한두세트 갖춰놓는다고 말한다.

홍청색 이나 노랑색 이불을 덮을 경우 애정운이나 출세운이 좋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 많은 편이다.

결혼전 7년간 옷가게를 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김씨는 인터넷과 각종 제품책자로 유행 스타일을 파악한 뒤 좋은 원단을 구입, 직접 디자인을 선택하고 봉제를 맡긴다.

맞춤식으로 제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기존 메이커보다 값이 30~40% 싼 편이다.

이렇게 할 경우 소량 맞춤 판매가 가능해 20대부터 60대까지 고객층이 다양한 편이다.

민병곤기자 min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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