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규방가사 맥 잇는다

'천국으로 가는 열쇠 손에 쥐니 거룩하고 원형 지붕 높이 솟아 장엄하고 찬란하다.

폭군 네로 황제에게 박해 받아 십자가에…'.

한국 규방 가사의 맥을 잇는 책 두권이 동시에 나왔다.

가사 문학의 대가로 손꼽히는 소정 이휘(73) 여사의 글을 모은 '소정가사'와 조선조 후기부터 영남지역 양반가에서 전해져 내려온 규방가사를 묶은 '견문찬류'가 이달 각각 출판(이회문화사)된 것.'소정 가사'는 이 여사가 40여년간 우리나라 곳곳과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느낀 감회 등을 전통적인 가사체로 적은 글로 '중국 기행록', '서행록' 등 34편의 글로 구성돼 있다.

'견문 찬류' 또한 이 여사가 수집해온 가사체 글들로 달성 서씨 집안 등 대구 인근 지역 양반가에서 전해져온 '결혼 문안지'와 '제문', '편지글' 90여편이 수록돼 있으며 지역내 전통 여성 문학의 맥을 짚어볼 수 있다.

한편 두편의 책이 빛을 보게 된 것은 경산대 조춘호 교수(국문학과)의 몇년간에 거친 주석 작업 때문에 가능했다.

조 교수는 "한학자 집안에서 자라난 이 여사는 한시와 화조 그림에도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등 영남 전통 여성 문학의 맥을 이어온 분"이라며 "젊은층에게 가사가 읽히고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주석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한동안 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던 시조는 부흥운동을 통해 되살아 났지만 아직 가사는 잊혀진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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