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탈리아 트라파니에서 열린 세계청소년펜싱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사브르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하자 세계 펜싱계는 놀라움으로 술렁거렸다.
펜싱 강국이라고 할 수 없는 한국이 최근 수년간 에페와 플뢰레에서 선전하기는 했지만 사브르(상체만 공격하는 종목)에서마저 두각을 나타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선수단도 이 정도 성과를 거둘 줄은 몰랐고 돌풍의 주역인 오은석(20.부산동의대)도 이를 예상하지 못했으니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이변이었다.
한국 펜싱 사브르의 새로운 등불이 된 오은석이 18일 고향인 대구에 비단옷 대신 금메달과 은메달을 걸고 귀향했다.
말수 적고 수줍음 많은 이 청년은 한국 펜싱 사브르 종목 사상 처음으로 세계무대에서 은메달을 따낸 쾌거의 순간을 떠올리며 "기뻤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지난 11일 국제대회에 처음 출전한 오은석은 선수단내에서 '16강에 오르면 잘한 것'이라는 격려 아닌 격려를 듣고 세계 정상급의 유럽 강호들 사이에서 4승1패로 예선을 통과했다.
8강전에서 세계랭킹 3위 메르친 코니우츠(폴란드)를 15대11로 제압하는 등 좋은 경기를 펼친 끝에 결승에 진출, 세계랭킹 7위인 알렉세이 야키멘코(러시아)와 맞섰으나 10대15로 져 아깝게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오은석은 사흘 뒤 손석환(동의대), 김용수(인천대)와 함께 단체전 결승에 나서 미국을 45대38로 꺾고 사상 처음으로 단체전 금메달을 따는 감격도 맛봤다.
한국 펜싱은 사브르에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선수 육성에도 소극적이었으나 뜻밖의 재목이 큰 일을 해낸 것이다.
영선초등학교 시절 주위가 산만하고 싸움 잘하는 말썽꾸러기로 학교측에서 머리를 가로저었던 오은석은 대구중에 진학, 뛰어난 운동신경이 눈에 띄어 2학년때부터 펜싱 선수로 발탁됐다.
대구중 졸업후 오성고에 진학했지만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지난해 부산동의대 입학이 결정된 후 181㎝, 74㎏의 그는 이효근 감독의 지도 아래 동계훈련을 충실히 소화하면서 기량이 일취월장, 지난해 회장배 대회 개인전 우승에 이어 올해 회장배 대회 우승으로 대회 2연패, 국가대표 4차 선발전에 진출하는 등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오는 8월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펜싱 대표로 출전하는 그는 금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받는 것이 일차적 목표.
오은석은 "한국 사브르가 약하다고 했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막상 시합해보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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